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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명
비채
출판년도
2011-11-22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07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9일
서평작성자
신*경

Contents

제목에 정말 정직한 책이다. ‘잡문’이라는 말 그대로 하루키가 생각한 잡다한 주제들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그간 받았던 상에 대한 수상 소감부터 사회 현상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 그리고 재즈에 관한 내용,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아주 상세히 적혀있는 <잡문집>은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하루키의 일기장을 엿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했다. 정말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만큼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내가 크게 관심 없어하는 분야이기에 흥미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하루키가 재즈에 대해서 아주 길게 적은 부분은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일단 나는 ‘재즈’라는 분야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무했고, 여태껏 들어본 재즈라고는 영화 <라라랜드> 속에서 나온 OST뿐이었으니까. 그래서 해당 부분을 읽을 때는 그냥 “하루키가 재즈에 정말 진심이구나” 정도의 생각으로 읽었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게 하루키가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을 집필하며 그가 느꼈던 심정과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은 부분에서는 정말 몰입하여 읽었다. 일단 해당 부분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고, 하루키의 여러 생각들이 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아픔으로 거둬들이는 것, 어떤 경우에는 허용하는 것 그것이 결국 그들과 \’공생한다\’라는 의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수용을 통해 우리의 내러티브는 깊이를 더해 갈지도 모르고 또한 그 집합체로 조성된 사회 역시 그 깊이를 더해 갈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249p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은 1990년도 일본의 \’옴진리교 지하철 가스 테러\’가 주제인 책으로 해당 사건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이다. 하루키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위의 문장대로 그들을 수용하는 것 그리고 공생하는 것이 우리의 내러티브의 깊이를 더해간다고 말했다. 어려운 문장일 수도 있지만 나는 결국 하루키가 말한 것이 \’관용\’이라고 생각한다. 관용적 태도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공생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단순히 그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비극적 사건의 발생을 최대한 막아야 하고, 그러한 사건들을 돌아보며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며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증오하고 또 혐오하며 사회의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만들 뿐 절대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이 정도의 문장들을 단순히 \’잡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잡문도 맞지만 무엇보다 \’명문\’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적은 에세이였기에 그의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은 나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완전한 오산이었다. 오히려 <잡문집>을 통해서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정말 커졌다.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 <1Q84> 등 수많은 하루키의 소설들을 차례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나에게 일종의 \’마중물\’ 같은 책이었다. 마지막 문장은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 이별의 대부분은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은 영원히 갈 곳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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