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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저자/역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명
비꽃
출판년도
2017-10-17
독서시작일
2023년 11월 11일
독서종료일
2023년 11월 12일
서평작성자
이*찬

Contents

이 책에 대해 내재적으로 접근한 서평이 많은 관계로 저는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느낀 점을 써보려고 합니다.

‘멋진 신세계’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출판된 책입니다. 1차 대전의 참혹한 참상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너무나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하여 전범국인 독일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막대한 전쟁 배상금과 제재를 가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이런 정책이 독일을 전체주의 파시즘 정당 나치가 득세하는 토양을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외국에 휘둘리는 무능한 정권 그리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마주한다면 누구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극심한 혼란과 공포가 전체주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본 저자가 이를 비판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실제로 책에 존재하는 가상의 미래 세상은 인류의 모든 비극과 전쟁은 통제되지 않는 혼돈에서 온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은 유전적으로 인종을 개량하여 신분을 철저하게 나누고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하며, 아예 부모-자식간의 친애 관계를 없앤 공동 육아 시스템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간이 마주하는 모든 비극을 통제에 성공한 이 멋진 신세계는 겉으로 볼 때,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성이 존재하는 한, 실존으로서의 불안과 공포는 감춰졌을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구성원들은 조금의 감정적 동요에도 ‘소마’라는 마약을 먹으며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 도피를 선택하고 집단 몽환의식과 세뇌를 통하여 사람들을 항시 도취 상태로 밀어 넣습니다. 결국 항시 도취된 상태를 유지하는 멋진 신세계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말초적이고 가학적인 쾌락 밖에 남지 않은 기계 부속품이 되어 버립니다.

이는 당시 파시즘이 득세하는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을 강렬하게 비판하는 지점입니다. 과학 기술이 압도적으로 발전된 사회에서 조차 전체주의가 꿈 꾸는 낙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을 사회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동시에, 개체로서의 자아를 찾지 못하게 도취시킬 수 밖에 없다. 과연 너희들이 꿈 꾸는 사회가 옳은 길인가 반문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통렬한 비판 이후에도 불구하고 2차 세계대전은 발발했습니다. 단일한 민족주의 국가를 세우려 다른 인종을 학살한 비극과 수 많은 사람이 또 다시 죽게 되었습니다. 1차대전의 비극과 그 비극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동이 2차대전을 만들어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요?

‘멋진 신세계’라는 책에서 보여 주듯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불안하다 해서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혹은 다른 공동체에게 그리고 다른 신념에 내던져서는 안됩니다. 나 자신을 내던지면 고통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더 큰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양극화 되어가며 점차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힘이 늘어가는 현실의 우리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해주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상대를 궤멸하면 사회가 더 올바르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투쟁합니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와 실제 역사가 보여주듯 현실은 냉혹합니다. 내 삶의 구원은 타인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만이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가 과거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나아가길 기원하며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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