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자유로운 인간을 꿈 꿉니다. 타인의 영향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과 달리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비판적 사고’이지만 우리 사회는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것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나 직장에서 상급자의 의견에 비판은 커녕 질문을 하는 것 조차, 암묵적으로 불편한 분위기가 있음을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가 없다면 아무리 육체적으로 자유롭다 한들, 우리는 그저 주어지는 지식이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노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판적 사고가 없다면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낄지언정 기득권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과 사상에 길들여진 정신적 노예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봅시다. 조선시대 때 사회에 만연한 정의는 명나라를 숭상하고 왕이라는 존재에게 충성하며 주자학을 갈고 닦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비판적 의견을 가졌던 양명학이나 실학은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도 사문난적 혹은 사회 주류의 아웃사이더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들의 관점에서 보면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왕의 어머니가 죽자 상복을 입는 기간을 몇개월로 하느냐에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다 망한 명나라를 위해 은혜를 갚자고 하다 남한산성에서 굴욕적인 삼배고두례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도 비판적 사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촌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자라는 환경이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 준다기 보다 순종적인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옳은 길인 것처럼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입니다. 개인에게 자유를 주는 비판적 사고는 반대로 사회와 조직을 통제하는 기득권의 권위를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란 어려운 길임에도, 우리에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비판적사고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가진 개인이 될 수 있을 뿐더러, 사회가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를 가진 개개인들이 모여 세상을 더 좋게 발전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적 사고방식에 의거하여 세상과 교회를 이원론적으로 구분한 기득권은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톨릭적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바라 본 루터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중세 가톨릭 교회가 면죄부를 팔며 부패했다 하더라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가 없었다면, 교황과 사제라는 기득권이 말하는 바가 진리이자 교리가 되어 모든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자유로운 사람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가졌다는 대통령이 기본적인 헌법을 어겼다 하더라도 주권자로서의 권리인 탄핵을 할 수 있는 원동력 조차 없이 권위에 순종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근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과 어려워지는 경제 그리고 양극화 되어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불안한 개인들은 그 압박감을 못이겨 유지하기 힘든 자유를 놓고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도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2차세계대전 같은 비극이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줄어들며, 전체주의적이고 양극화된 생각이 사회를 지배할 때 벌어졌음을 생각한다면, 비극을 방지하고 세상이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에게 비판적사고의 중요성을 철학의 역사적 변천과 함께 되새길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