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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는 정말 ‘멋진’ 신세계인가.
저자/역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명
소담출판사
출판년도
2015-06-12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04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06일
서평작성자
한*윤

Contents

올더 헉슬리(A. Huxley, 1984~1963)의『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에는 유전공학을 통해 인위적으로 유전자 조작되어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 그에 맞추어 길러지는 세계가 등장한다. 이러한 세계 속 사람들은 다섯 개의 계급(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나뉘며, 알파 계급은 사회지도층, 베타 계급은 중산층, 감마 계급은 하류층에 속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의도된 지적장애를 가진 델타 계급과 엡실론 계급은 단순노동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인 올더 헉슬리는 이러한 신세계를 ‘멋진 신세계’라 칭한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를 과연 멋지다고 할 수 있을까?

『멋진 신세계』 속 세계를 단순히 이렇게만 설명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곳을 멋지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누구도 불행하지 않으며, 질병, 전쟁, 굶주림, 헐벗음 같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고독이나 불안, 절망 같은 정신적 고통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 묻는다면 이에 대한 답은 멋진 신세계의 발전된 과학에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공학을 통해 유전자 조작되며, 단순한 호 불호부터 체질까지 본인들이 속해있는 계급에 맞게 유도되어 사육된다. 또한 이곳에는 ‘소마’라는 일종의 마약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먹은 사람은 엄청난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불평하지 않으며, 고통받지 않고 항상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가적인 것들을 알게 된다면 몇몇 사람들은 이곳이 멋진 곳이라는 것을 인정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조작된 행복이지 않은가? 조작된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멋진 신세계』 속 세계의 사람들이 행복한 상태라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행복을 보고 그들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지금부터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멋진 신세계』 속 세계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중 가장 먼저 박탈당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머리 쓰는 것보단 몸 쓰는 게 낫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긴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노동보다는 사무실과 같은 실내에 앉아 일 하기를 선호한다. 나는 이러한 상식이 현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세계에도 존재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델타 계급과 엡실론 계급에게 지적장애를 유도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며, 지적장애 없이 단순히 세뇌 교육 만으로 노동을 선호하게 만들기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러한 상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본다면 단순노동을 담당하는 델타 계급과 엡실론 계급은 당연히 자신보다 위 계급을 부러워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이곳의 델타 계급과 엡실론 계급은 유전자 조작과 세뇌 교육으로 인해 본인이 알파, 베타, 감마 계급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여기며, 오히려 단순노동을 한다는 것에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신세계의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무엇 하나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 없으며, 계급에 따라 정해져 있는 특정 직업군을 위해 세뇌되며 길러진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모든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빼앗긴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들은 본인이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빼앗긴 줄도 모르며, 오히려 이것이 보장되어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을 ‘야만인 거주 구역’이라고 칭하며 더럽고 추잡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신세계의 지도자인 총통 무스타파 몬드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으며 로봇과 다름없이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작업에 맞춰 설계하여 로봇을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포맷을 하는 행위 등이 유전자 조작과 세뇌교육을 통해 인간을 길러내고 문제가 생길 시 소마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 당했고, 이미 정해진 직업에 관련한 교육만을 받아 학습권을 박탈당했으며, 본인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인권을 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인권을 침해당한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끼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행복(幸福)은 무엇일까? 행복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행복은 무엇인가요?’라 묻는다면 이에 대한 답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먹는 행위에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잠을 자는 행위에 행복을 느끼며, 또 누군가는 살아있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행위들을 불행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행복은 어떠한 것도 될 수 있지만 어떠한 것도 될 수 없으며 무척이나 추상적인 무언가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행복이며,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면서 ‘인권(Humans rights)’을 보장받기를 요구한다. 인권이란 인간의 권리를 넘어 인간이 되기 위한 권리, 인간이 가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표현한 것이다.

『멋진 신세계』 속 세계의 지도자인 총통 무스타파 몬드는 다른 것은 모두 제외한 채 즉각적인 욕구 충족 만을 행복이라 생각하며, “나는 안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문학도 원해요.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하지요. 나는 죄도 원합니다.”라 말하는 존에게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군그래.”라 말한다. 존은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러자 다시 무스타파 몬드가 “그렇다면 늙고 추하고 생식불능이 되는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성병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없거나 이들이 들끓을 권리, 내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라고 묻는다. 그러자 존은 오랜 고민 끝에 “네. 난 그 모든 권리를 원해요.”라고 답한다. 이 대화를 통해 무스타파 몬드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인간이 행복을 위해 요구하는 것들을 ‘불행’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부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무스타파 몬드는 이곳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행복하면 된 거 아니냐는 식의 발언을 통해 존을 설득하고자 했고, 존은 결국 이러한 간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을 택했다.

나는 무스타파 몬드가 야만인인 존에게 본인이 설계한 신세계의 행복에 대해 설득하지 못한 것부터 신세계의 행복, 즉 의도적으로 조작된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내면에서 느끼는 무언가로, 예를 들어 무스타파 몬드는 늙고 추해지고 생식불능이 되는 것을 불행하다 여겼지만, 만약 존이 자살하지 않고 살아 갔다면 늙고 추해지고 생식불능이 되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행복은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므로 설득이 필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는 ‘돌잡이’라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아이가 첫 생일을 맞았을 때, 아이의 장래를 점쳐보고자 몇 가지 물건을 펼쳐놓고 아이에게 집도록 하는 것이다. 정석으로는 쌀, 붓, 활, 돈, 실 등을 놓았지만 요즘은 마이크, 청진기, 축구공, 판사봉 등의 직업과 관련된 물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이가 잡은 물건이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부모는 그저 아쉬워할 뿐이지 아이에게 물건을 바꿔 잡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직업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이것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누군가는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누군가는 현재 직업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재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준비할 수도 있다. 단순히 직업을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직업은 삶을 살아가는데 목표를 제시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등 큰 역할을 한다.

『멋진 신세계』 속 세계는 사람을 다섯 개의 계급으로 나누고, 계급에 따라 직업군을 부여하며 그 직업에 적합하게 세뇌교육을 받으며 길러진다. 신세계에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교육을 하는 기준이 직업이라는 점에서 지도자인 무스타파 몬드가 직업에 중요성에 대해 현실과 다름없이 여기고 있다고 보이며, 결과적으로 목표나 삶의 방식 등 다양성을 추구해야할 삶에 강제성을 부여하여 사람들을 통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멋진 신세계가 가상의 세계만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계가 절대로 멋있는 세계가 아니며,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신세계 속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한스 요나스는 말했다. ‘인간에게서 미래를 박탈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로서 단 한 번이라도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를 지켜야할 뿐만 아니라 후대의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의무가 있다. 그들의 미래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자리에서 깨어있는 정신으로 우리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켜내고,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과거 한 대권주자가 주 54시간 근무제와 최저 시급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밀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 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 ·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를 위반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피해 받지 않도록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하는 등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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