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책을 소개하며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발전된 과학기술을 원한다. 우리는 질병, 노동, 노화 등의 모든 고통을 과학으로 이겨내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불행을 해결해줄 과학기술 속에서 우리는 완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바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이다. 멋진 신세계는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SF 소설이다. 책의 제목대로 멋진 신세계를 기대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과 반대로 제목을 작성한 것이 이 책의 역설적인 특징이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멋진 신세계가 결코 멋지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불행을 없애줄 과학기술을 보유한 신세계. 우리는 신세계에서 얼마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과학 발전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에게 멋진 신세계는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2. 책의 주요 내용
9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전 세계는 ‘세계국‘이라는 이름의 하나의 나라로 통합된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표어를 가치로 내건 이 국가는 헨리 포드를 신처럼 떠받들며 그의 탄생을 기원으로 삼는 신세계이다. 이곳에선 아무도 자연임신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배양되어 출생되는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다섯 계급으로 길러지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태아 상태부터 각종 약물로 처리되어 정해진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 특히 그들은 수면 중 수십만번 이상 세뇌 교육을 받아 만들어진다. 이렇게 길러진 사람들은 ’만인은 만인의 소유‘라는 가치에 따라 결혼 없이 자유로운 연애와 성생활을 즐긴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선택하며 살 순 없지만 자기 자신에 만족하며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혹여 슬픈 일 생기면 ’소마’라는 부작용 없는 마약을 복용한다. 세계국과 대비되는 야만인 보호구역은 문명을 거부하고 과거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이곳은 원시적이며 살인, 식민 지배 등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이곳에서 야만인들은 인간 본성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린다는 본래 세계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득이하게 신세계를 떠나게 되어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존이라는 아이를 낳게 된다. 존은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린다에게 세계국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게 된다. 어느 날, 존은 세계국에 방문하게 된다. 존은 세계국이 모두가 잘살고, 인전하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행복한 유토피아처럼 보였지만, 막상 접하고 나니 세계국은 존이 생각했던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먼 자발성과 선택이 결여된 삭막한 세상일 뿐이었다. 결국 존은 신세계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고자 신세계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신세계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계속 그를 찾아와 조롱하며 구경한다. 어느 날 존은 등대 꼭대기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
3. 작가의 의도 해석
존의 죽음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작중 세계국의 통제관 무스타파 몬드는 존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충족하며 살고 있기에 비극 따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은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며 신세계 문명을 거부한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존은 행복한 삶이지만 모든 것이 통제되어 인간성이 결여된 사회보다 불행하더라도 자유롭고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삶을 원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존의 죽음을 통해 과학기술에 의해 조작된 인위적인 행복한 삶보다 통제에서 벗어나 불행하더라도 자유롭고 개인의 특성이 나타나는 삶이 더 바람직하지 않냐고 질문하는 것이다.
4. 시대가 가져오는 위험
이 책을 출판했던 1932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특히, 유전학, 생물학, 산업 기술 등의 분야에서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뤄지고 있었다. 가속화된 과학의 발달과 대량생산으로 자본주의, 물질주의가 만연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소중한 감정들, 행복과 불행을 모두 포함한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잃지 말자고 말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작가의 집필 의도를 현대사회에 와서 대단하게 평가한다. 현대사회는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인간의 육체적 고통이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또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국처럼 인간의 계급이 나누어지고 그 속에서 힘든 일 없이 조작된 행복한 삶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작가의 의도처럼 우리는 발전된 과학기술 속에서도 각자가 가진 개성과 각자가 느끼던 소중한 감정들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작중의 ‘불행할 권리’는 이러한 감정들을 잃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과학기술에 모든 것을 맡겨 단순한 행복을 쫓아가다 우리는 분명 존이 중요시했던 소중한 감정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5. 행복을 쫒다 잃어버리게 될 것들
“행복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은 위험합니다. 우리는 과학에 쇠사슬을 채우고 재갈을 물려 지극히 조심스럽게 감시해야 합니다.”
작중 통제관인 무스타파 몬드가 존에게 했던 말이다. 세계국 사람들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과학 이외에는 어떠한 과학적 지식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배울 수 있는 것만 배우고 배울 수 없는 것은 절대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세계국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창의성마저 거세 당한 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경고한 것이다. 안정적인 행복을 위해 저것들을 모두 버리란 말이 아니다. 행복을 쫓다 보면 인간으로서 가치 있게 했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6. 책 소개를 마치며
현대사회, 멋진 신세계는 이미 오고 있다. 점점 개방되는 성문화, 윤리를 무시한 채 미친 듯이 발전되는 과학기술. 현대사회는 책이 출판되었던 시대보다 더 빠르게 세계국에 다가가고 있다. 우리의 인식마저 세계국 사람들처럼 변한다면 멋진 신세계는 그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점점 나아지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소중한 감정들을 잃어버리지 말자고 말한다. 작가는 행복하더라도 쳇바퀴 속 정해진 삶을 사는 세계국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 나는 이 책을 정신없이 일만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달려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내가 원했던 나의 행복한 감정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한참을 달려가서 도착한 곳엔 소중한 감정을 잃어버린 자신을 만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앞으로의 행복의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