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에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과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인간 심리와 관련 없어 보이는 투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정확히 인지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높은 확률로 저점에 매수하고 고점에 매도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투자 뿐만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려진 \’인간관계\’에대해서도 깊은 통찰력을 줄 것입니다. 최근 인지과학 논문 결과를 살펴보면 타인에대한 이해와 자기자신에대한 이해는 같은 뉴런의 영역에서 처리 된다고 합니다. 즉, 타인의 심리를 잘 이해한다는 말은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는 뜻이며 그것이 숨겨진 자신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 심리에대한 이해는 \’천체물리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했다\’는 명언을 남기며 전재산을 주식에 꼬라박은 뉴턴 같은 천재조차 실패한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조지소로스, 워렌버핏, 처칠, 조조, 등등 인간에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룩하거나 처세의 달인인 사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인간 심리에대한 이해의 첫 발자국을 어디서 떼야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집어든 책이 바로 로버트 치알디니의 초전설득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비록 인간의 심리에 관한 드넓은 영역 중 설득의 영역에 집중된 책이지만 재밌으면서 실용적인 동시에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인사이트도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책의 핵심으로 들어가기 전 여러분들은 살아가면서 혹시 낚인 적이 있나요? 저는 돌이켜 보면 참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어 하다보니 그 사람들의 의도에 완전히 낚여들어간 케이스가 많은데요 여러분도 수산물시장하면 분명히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도 여러번 당해봤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에 관해 전혀 무지한 채로 수산물 시장에 들어갔다가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경험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좁은 골목 사이로 수많은 상인들이 뭐 찾냐 여기 다 있다 등등 정신 없이 말을 겁니다. 그나마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려 한 가게로 들어가지만, 이 생선 얼마냐고 묻는 순간 물 속에 있던 생선이 물 밖 바구니를 향해 패대기 쳐지고 우리는 알 수 없는 죄책감과 함께 구매를 해야만 하는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생선을 사가지고 나오는 순간 느끼는 제 감정은 항상… \’아.. 당했다!\’
이와는 반대로 설득에 낚인 것을 나중에 인지는 했지만 당하더라도 기분이 좋은 설득도 있습니다.
여행 중에 만난 코코넛 아저씨가 떠오릅니다. 동남아 사원 근처에는 항상 시원한 코코넛 지게를 들고다니면서 호객행위를 하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사원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절대 코코넛을 사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습니다. 물론 코코넛도 제가 전혀 좋아하는 음료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몇몇 호객꾼을 쉽게 물리치고 걷는 와중에 다른 호객꾼들과 달리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해주는 코코넛 아저씨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다른 코코넛 사라는 호객꾼들과 달리 저와 나란히 같이 걸으며 국적을 물어본 뒤 한국이라고 대답하니 \”박항서 최고\”, \”서울 가보고 싶다\” 등 능숙한 한국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 모습이 다른 호객꾼들과 차별화가 되는 동시에 그의 합류가 너무도 자연스러우면서 유쾌하여 저도 모르게 고맙다고 대답을 해버렸습니다.그 순간 그가 우리 이것도 기념인데 이 코코넛 지게 너도 한번 메봐라 내가 사진 찍어주겠다 라며 코코넛 지게를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어느샌가 저는 코코넛 지게를 진 채로 베트남 밀짚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홀린 듯 그의 코코넛을 기분 좋게 구매하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위의 두 사례의 공통점은 설득하려는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직접적으로 말하기 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계를 한 점입니다. 다만 위의 두 케이스는 설득 직후, 본인이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 반응이 유도되었다는 점을 인지하게 만들지만 설득 직후에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설득 또한 존재합니다. 바로 이미 설계된 자극과 공간,언어적 배경에 의해 상대방의 무의식을 움직여 상대방이 스스로 내가 자발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게 만드는 설득입니다.
여러 예시가 정말 많지만 가장 대표적으로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있겠습니다. 파블로프의 개는 음식과 전혀 상관 없는 종소리라는 자극 하나로 마치 먹이를 눈 앞에 둔 것 마냥 침샘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습니다. 위의 세 사례처럼 비즈니스든 실험이든 일상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어떻게 하면 나의 의도대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득이 가능한 심리적 기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번째 바로 주의력 집중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합니다.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집중의 초점이 빠르게 왔다갔다 하는 것 뿐이지 실제로 2~3가지 일을 동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우리는 이성친구가 대화를 하는 중간중간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 짜증이 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인간의 두뇌는 한가지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기에 이 초점을 내가 원하는 대로 유도한다면 설득의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뇌는 생존에 맞추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더 주의 초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역관계인 주의 초점에 집중되기만 한다면 중요하다고 판단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중요한 명제에대한 역관계의 논리적 정합성을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마치 암컷두꺼비의 우는 소리가 나는 녹음기를 틀어놓으면 죽자살자 수컷두꺼비들이 녹음기를 향해 구애를 하는 메커니즘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암컷두꺼비 ——> 암컷두꺼비 소리가 난다 라는 명제의 역인 암컷두꺼비 소리가 난다 ———-> 암컷두꺼비 라는 오류)
실제 제가 겪은 사례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산시장이라는 공간에 들어간 순간 수많은 호객꾼들의 호객으로 저의 주의는 꽉차게 되어 다른 이성적인 판단이 머무를 공간은 없어지게 되고 코코넛 아저씨의 차별화된 친근한 한국어 인사는 그를 호객꾼이라는 주의집중에서 그는 한국을 좋아하고 나에게 친절한 친구 같은 존재로 주의를 꽉차게 만들었습니다.
그뒤 수산시장 사장님은 손님이 고른 생선을 물밖으로 패대기 치면서 죄책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큰 가격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손님이 원래 사려던 가격 이상도 싸게 보이게 만드는 수법으로 저를 요리해버린 것입니다.
코코넛 아저씨 경우도 저와 형성된 프랜드쉽에 먼저 코코넛지게 사진찍기 퍼포먼스라는 호의를 베풀면서 저도 무언가 상호간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주었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사실 좋아하지도 않는 코코넛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설득기법에 우리는 당할 수밖에 없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집중된 주의를 흐뜨려버리면 됩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의 실험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파블로프라는 개가 항상 종소리를 듣는다고 침을 흘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교수가 원인을 찾아보니, 종소리를 아무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들려주면 침을 흘리던 개가 조교가 직접 종을 울리며 다가올 때는 조교에게 주의가 집중되며 전혀 침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여러 설득의 기술이 난무하는 곳에서 정신 산만하게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 없느냐 물으신다면 바로 답은 \’메타인지\’ 입니다! 즉, 설득의 기술들의 본질을 내가 인지한 뒤 \’나\’의 주의가 어떤 것으로 차 있는지 인지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두꺼비 같은 동물의 단계가 아닌 이성적인 존재로서 냉철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종교단체에서 전도하며 나누어주는 물티슈나 캔디 같은 선물들을 이제는 받는다 해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이 왜 이걸 공짜로 나누어 주는지 그 의도를 뻔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심어둔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개념만으로도 설득대상에대한 호감도를 올릴 수 있고, 상호성, 호감, 사회적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 그리고 관계성(연대감) 같은 보편적인 본성이 만들어낸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설득당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인간 심리에대해 무지하다면 보험설계든,비즈니스 협상이든, 일상 속에서의 인간관계든, 투자든 알게모르게 휘둘리고 충동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주체성과 독립을 위하여 설득을 넘어, 더욱 인간에 대하여 공부해야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