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의문투성이었고 충격적이었다. ‘식물인간이 된 것이 아파서 실제로 식물인간이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내는 무슨 이유로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살기 싫었는지, 도대체 어떤 것이 아내의 마음의 병을 그렇게 크게 했는지, 아내는 자유가 1순위였다면 도대체 왜 그와 결혼했는지’ 등등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인 ‘그’는 매우 현실적인, 주변에 흔히 있는 인물 같았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면서도 너무나 흔한 보통사람이다. 읽으면서 그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세상에서, 그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그는 다들 생각하는 순탄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추구하는 아내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벽일 뿐이다.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남도 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여서, 답답한 아파트가 싫다고 처음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표현했던 아내를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던 것, 평생 외롭다 생각하며 자신의 욕구만 채우려고 하고 아내의 욕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에는 그를 다시 외롭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고,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화가 났다.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보편화된 가치로 어렴풋이 짐작하며마치 자기가 기준인 것 마냥 평가하고 결론 내리는 것일까? 그는 아내가 산동네 자취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비싼 그 아파트가 그녀에게도 당연히 좋은 것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느정도 아내의 마음을 알면서 자신의 욕구가 먼저인 것도 있었겠지만, 첫 번째는 ‘아내도 그 아파트가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3년간 행복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일상, 상황을 읊고, 아내가 자신의 행복을 왜 방해하냐는 듯이 말하는 부분에서는 그가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출장을 다녀와서도 외로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아내는 외로움을 없애려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그녀가 왜 그렇게 피를 갈고 싶어하는지, 왜 자신의 어머니같은 삶을 살기 싫어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또한 정착하지 않는 삶을 추구했다면, 도대체 왜 아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와 결혼한 것인지도 너무 궁금했다.
그녀는 그를 너무 사랑해서 평생 꿈꾸던 삶을 포기한 것일까? 정착하기 싫었다면, 연애만 했으면 됐을 텐데 도대체 왜 결혼한 것일까? 그녀도 결국 제때 결혼하지 않으면 하자 있는 사람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에 저버린 것일까?
읽으면서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생각이 없다가, 뭔가 뒤처지는 느낌에 어영부영 취준을 시작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생각났다. ‘이게 맞는 건가?’ 싶지만 일단은 하고있는, 바쁘게 살아야 덜 불안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녀도 이런 불안한 마음에 결혼을 해버린 걸까?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은 ‘그녀가 식물인간이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식물’은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롭지 못하다. 가만히 그 자리에서 자연적인 빛을 받고, 물을 마시며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뇌가 있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팔과 다리가 있는 사람이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것보다 괴로울까? 그 모든 선택들에서 여러 인과관계들로 자유롭지 못한 그녀보다, 오직 햇빛 앞으로 뻗어나가는 식물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이런 면에서 식물이 된 그녀가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 아닐까.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득을 취하고, 행복을 찾고, 목표를 쫓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수 많은 시선들이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며, 평가하며 살아간다. 각자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를 ‘괴짜’ 취급하지 않는 세상 말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나부터 누군가의 삶과 가치를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습관을 버려야겠다. 이 습관은 나 또한 불행하게 만듦으로 꼭 고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