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방사능 오염수가 동해에 유출되었다. 안전하다,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은 정치인 플랜카드에 자극적인 어투로 이용되고, 어떤 결론 없이 시간만 흐르다 쏟아지는 수많은 사회문제에 흐지부지 묻히고 만다. 동시에 부산 기장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 내가 사는 금정구가 가장 큰 생물학적 피해를 입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언제라도 예고없이 닥칠 수 있는 사고에 위기감이 들었다. 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는 말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당장 학교 가는 지하철 광고판에서도 대문짝만하게 물고기가 웃고 있다. 이 책은 방사능 안전 기준치, 위험 역치라는 개념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방사능 노출 정도와 그로 인한 암 발생률의 그래프는 계단식이 아니다. 쭉 이어진 우상향 곡선이다.어느정도 이하로만 접촉하면 문제 없는 것이 전혀 아니다. 바닷물 속 희석된 인공 방사능에 조금만 닿아도 갑상선,신장암과 내 몸은 관련성이 생기고 만다. 피폭의 예방법은 오직 탈핵이다. 미역국이나 요오드 영양제로 요오드가 모이는 갑상선에서 방사성 요오드를 대체하여 피폭을 예방한다는 광고문구는 정부에서 틀렸음을 입증했다. 기준치는 나라마다,상황마다 열배이상 차이난다. 기준치 측정의 의미가 사라지는 대목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보상이 가능한 정도까지 기준치는 얼마든지 조정된다. 누출 사고 발생 시 거주민 피해보상 면적, 반경 몇키로와 같은 숫자는 실제로 피폭으로 건강을 잃은 인구수가 아니라 예산이 정한다. 원자력 발전은 사양 산업이다. 독일은 이미 탈핵이 8할이상 진행 중이며, 사계절 내내 비가 내려도 태양열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심지어 남아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국토의 3퍼센트만 태양열 발전 패널을 설치하면 지금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전기량의 30퍼센트는 너끈히 충당할 수 있다. 왜 태양열,수력,풍력 발전보다 원자력 발전의 이미지가 한국에서 친환경적이라 여겨질까. 돈 때문이다.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사회학은 지금의 한국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무용한 학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발생률은 발전소 개수에 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