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을 가장한 작가의 에세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차 여행을 통해 느낀 철학적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14명의 철학자가 등장하고 각각의 파트에서 그들의 주요한 사상과 철학들을 작가는 자신의 삶에 빗대어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던 ‘철학’을 우리의 근처에 있는 하나의 현상 정도로 설명한다. 사실 나 또한 ‘철학’이 가지고 있는 아주 두꺼운 고정관념과 진입 장벽을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조차 “과연 완독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책을 점차 읽어나가면서 그러한 의구심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14명의 철학자들이 주장한 그들만의 철학이 모두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은 아니다. 어떠한 철학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고, 철학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느꼈던 파트도 있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 소크라테스, 그리고 세이 쇼나곤까지 이렇게 4명의 철학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파트에서는 완벽히 몰입하여 책을 읽었다.
특히 에피쿠로스에 관한 내용은 정말 내가 이전까지 이른바 ‘쾌락 주의’라는 사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완벽히 제거했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이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라고 주장한 에피쿠로스를 보며, 단순한 욕구 충족 행위를 통해 우리는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우리가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알맞은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또 욕구 충족을 통해 얻을 쾌락과 고통 중 무엇이 더 큰지 파악해야 하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나면, 그제서야 적절한 욕구 충족 행위를 통해 우리는 쾌락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정의를 고통의 ‘부재’ 라고 내린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쾌락 주의 뿐만 아니라,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 시몬 베유가 정의한 ‘사랑’ 같은 파트를 읽으며 상당히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인 에릭 와이너는 책에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책에 있는 것은 정답이 아닌, 정보일 뿐이니까. 그토록 현명한 철학자의 말도, 그들의 주장도 결국 그들이 정한 일종의 정답이지, 우리의 삶에 완벽히 들어맞는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주장을 나는 100% 공감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자기 개발서, 혹은 인문 교양서적과 다르게 이 책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얻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그런 힘이 없다. 책은 정보를 담고 있을 뿐,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니까. 정답은 책 밖에 있으니까. 책에 있는 것은 질문과 정보일 뿐이다. 다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분명 구분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에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좋은 문장들과 쉬운 표현으로 적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