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
한 세대 간의, 한 가문간의 전해져 내려오는 신념들과 가치관, 감정들을 녹나무의 기념을 통해 후세대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은 너무 좋은 수단이다. 세월이 흘러도 후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혈연관계 사이에서 모두가 다 동일할 것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녹나무의 수념’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녹나무에 예념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본인만 알고 있는 떳떳하지 못한 일이나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 사소한 모든것이 전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나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끄럽다고 치부하게 될 수 있다. 내 머릿속의 감정과 생각들을 녹나무에 예념하고 혈연관계인 후세대가 녹나무의 수념을 통해 그 생각을 고즈란히 느끼며 받을 수 있다는 이러한 작가의 발상이 너무나도 신박했다. 유언으로 분명 글과 말로만으로 표현을 다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기 마련이다.
2. 속죄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얼굴 한번 본 적 없이 살아왔는 이모 치후네가 갑자기 레이토의 빚도 갚아주며 집도 제공해주고 할 일도 부여해주는 것을 보며 왜 계속 챙겨주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현실적인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었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치후네가 여동생에 대한 속죄를 덜기위해 레이토에게 후회없이 잘해주고싶었다는 생각들이 녹나무의 예념과 수념을 통해 나온다. 치후네가 이복 동생을 진정한 자매관계로 받아들이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속죄를 여동생의 아들인 레이토에게나마 녹나무의 파수꾼 역할을 부여하며 잘 대해주었다는 결말을 보며 치후네의 감정선에 동요되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치후네와 레이토 사이의 투닥거리는 티키타카가 제법 유머스러워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지적질을 자주 하는 치후네였지만 거기서 나오는 감정이 나는 글을 읽으며 애정이라고 확신했다. 인지증 초기 증상을 앓고 있었고 자살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던 치후네의 속사정이 다 나오면서 가슴이 너무 뭉클해졌다. 어쩜 이 작가는 판타지 요소적인 소설 안에 이러한 기막힌 감정선을 다 녹여낼 수 있었는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계의 강자라고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