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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화를 이긴다.
저자/역자
김청귤
출판사명
안전가옥
출판년도
2021-05-31
독서시작일
2023년 08월 22일
독서종료일
2023년 08월 23일
서평작성자
김*나

Contents

재와 물거품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다면 그들의 ‘영원’ 역시 다를 바 없다며 덮어뒀을 것이다.

재와 물거품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어는 ‘영원’이다. 끝없이 두 주인공은 영원한 사랑을 읊는다.

나도 ‘마리’와 같이 영원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계가 정해져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로맨틱함을 동반하고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할 동기가 된다. 끝은 염원과는 다르게 허상으로 변하곤 했지만 그것마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할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것이 동물적인 본능이라고 하면 나는 사람도, 동물도 아닌 재로 남을 것이다. 집단에서 서열이 가장 낮은 사람이 정해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이 최약자로 선정되지 않았음에 안심한다. 또는 서열이 낮은 사람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가해자가 된다.

 바다마을 사람들은 그러했다. 젊은 여자 둘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시기하여 행패를 부리곤 정작 사과해야 할 당사자들 외 그들의 가족이 선처를 원했다. 소설을 펼쳤지만 어느 순간 내 삶이랑 크게 다를 바 없다. 소설은 더 행복해야 하는데 결코 덜하지 않았다. 처음 혼자 살이를 시작할 때 현관에 남자의 신발을 두어라, 자취생 필수품이 육각 자물쇠라는 것도 여유가 있다면 홈cctv가 좋다는 것도. 독립하기까지만 해도 집의 필수품은 소화기만이 유일했는데. 그럼에도 세상은 나 빼고 잘 흘러가는 듯하다.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인간의 염원과 안녕, 행복을 바래줘야 할 인어인 ‘수아’가 어느샌가 마리를 제외하고 사람들을 미워하고 죽어 마땅하다고 표현함에도 ‘마리’는 끝없이 다른 다정함을 일깨워 진정시켰다. 다들 참고 사는 거지만 확실히 다정함은  화를 이긴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어느 날은 자신과 결혼하자는 아저씨들과 오빠라고 불러보라던 많은 할아버지들은 정작 사과하지 않는데 불거진 나에게 친절히 인사해 주고 간식을 주며 기분 풀어라는 할머니들과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라며 미쳐버린 게 분명하다며 같이 화내며 말려주던 아저씨들. 그들이 있기에 집에 돌아갈 때는 다소 투명하고 허심탄회하게 오늘 하루는 따뜻했네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와 물거품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염세적이고 세상에 영원이란 없다는 나를 그럼에도 희망을 품게 하고 내일을 살게 하고, 주변인들에게 다정을 더 베풀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할머니와 아저씨들과 같은 존재. 또한 그들의 사랑이 너무 숭고해서 더 할 말이 없다면 믿어지는지.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는 나의 볼과 귀는 화하게 재처럼 타버릴 듯하고 눈에는 물방울만 가득 맺혔다. 바다의 윤슬이 어쩌면 수아의 빛나고 아름다운 비늘일까라는 생각에 바다가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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