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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엄마랑 많이 닮았다
저자/역자
이슬아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8-10-25
독서시작일
2023년 08월 13일
독서종료일
2023년 08월 19일
서평작성자
김*나

Contents

 학창 시절부터 ‘엄마’라는 단어는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고 질문할 때면 입을 꾹 다물곤 눈물로 답하며 고등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많은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나도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라며 하염없이 짠맛만 느꼈다. 따로 살고 있는 난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면 그립지만 그립지 않고,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고,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이 마음을 정의 내릴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획 하나를 그을 수 있게 된다면, 다들 같은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고.

 유치원, 초중고의 모든 장기자랑, 댄스동아리 부원으로 춤에 열정을 쏟았던 시기가 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멋진 무용수가 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고, 집안의 지원 없이도 훗날 꼭 춤 학원을 다닐 것이라며 마음 한구석에 춤에 대한 열정이 뜨겁게 자리한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열린 버스킹을 본 엄마는 내 춤을 싫어했다고 했고 그 이후로는 춤을 출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왜 춤을 좋아했을까? 단순히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아니면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시간이 좋아서? 춤을 출 때면 내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음악과 춤을 추는 행위만 남겨진 것 같아서. 춤을 추지 못한 기간들에는 내가 누구인지 더 중요해졌다. 우울하게 십 대를 마무리했지만 인생은 길어! 나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춤을 출 것이다. 

나는 최대한 보폭을 넓게 해서 재빨리 왼쪽 벽에 다다르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러자 힙합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슬아야, 춤은 어디로 가기 위해 추는 게 아니야. 그저 춤을 추기 위해 추는 거지.”

나는 그때 오줌을 살짝 지렸다. 그 시절엔 요도가 약해서 조금만 놀라거나 웃기거나 슬퍼도 팬티가 젖곤 했다. 힙합 선생님의 말은 내게 너무나 큰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에 오줌을 찔끔 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추는 춤이 부끄러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부채춤도 추고 짧은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달려라 하니\’라고 아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화석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아무튼, 조연치고 비중이 꽤 컸기 때문에 내 존재를 자각시키리라 다짐하며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지구 끝까지 하니를 쫓아 달릴 거라며 결국 넘어져 버리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열정이 과했던 나머지, 모두를 속여버리겠다며 꽈앙-! 제대로 넘어졌다. 관중석은 탄식만 가득했다.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말고 엄마가 화장을 해주며 학예회에 보내놓았는데 모두가 보는 연극에서 넘어져 버린 딸을. 엄마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부끄러워했겠지? 나는 아직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매살롱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말했다.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어. 왜, 그 사람의 연인은 절대 바람 안피울 것만 같은 사람 말이야.”

내가 왜냐고 물었다.

“그 사람 가슴속에 꽃밭이 있어서 그래.”

엄마는 자식을 키우는 건 영원한 짝사랑이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를 태우고 달렸다. 엄마가 내 허리를 꽉 잡았다.

 친척들이 얼굴에 젖살이 조금씩 빠지면서 엄마와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학부모 상담에는 문을 열자마자 나의 엄마인 걸 단박에 알아봤다고 담임 선생님께서 놀랄 정도로! 음 뭐랄까, 엄마와 딸 사이에는 어느 애증과 같은 감정이 있지 않나. 우리 엄마는 예쁘고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닮았다는 말은 유독 싫었다. 어느 날 엄마에게 \’엄마에게 일은 뭐야?\’라며 물어봤고 이십 년 만에 엄마가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을 그렇게 좋아하고, 공부에 열정도 있고, 인테리어도 잘하는 엄마는 무기력하게 TV소리를 노동요 삼아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아빠가 일을 그만둔 뒤에는 부르튼 엄마의 공황, 관절염, 아픈 허리에 쉴 틈이 생기겠지 했지만 엄마가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났고, 나는 그것을 덜기 위해 집안일을 돕게 되었다. 엄마의 희생을 보고 감사한 마음보다 \’저렇게는 살지 않을 거야.\’라는 못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모든 행동에는 엄마의 습관과 말버릇, 생각 회로가 닮아있었고 어쩌면 나도 엄마를 짝사랑하고 있었을까?

 영원한 짝사랑에 언제 더 큰 사랑으로 화답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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