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 서핑보드에 뭔가 부딧혀 상처가 나는 것
이 소설의 첫 문장으로 떠나간 사람들 이면에 남겨진 사람들이 사는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가고 적막한 이곳에 지원은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몇 십년 만에 고향에 온다. 이 마을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로 마을에 추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친구 주미까지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오게 된 지금 아버지의 장례식과 집이 남아있다. 그러던 와중 주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떠나가도 그 자리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주미는 마을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떠나지 못해 이곳에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주미는 지원을 만나고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주미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한다.
주미의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 중 최근 호텔 방에서 자살한 사람의 방을 달라고 한다. 재인은 자신의 연인 p가 죽은 객실에 머물면서 마을의 서핑 샵에서 일하고 있다. p의 흔적을 따라 한국으로 온 재인은 p의 마지막 공간에서 둘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 추억 속에 지내며 호텔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자주 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포장마차의 사장인 영식은 사업이 망한 후 이곳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 가격도 메뉴도 정해져 있지 않는 식당에서 영식은 어선에서 일하며 가게를 도와주는 외국인 노동자 쑤언과 함께 살고 있다. 고향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을 위해 일하는 쑤언을 보며 영식은 과거 자신의 화목한 가정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 순서대로 이야기의 시점이 바뀌며 서사가 전개된다. 한 어촌 마을의 이야기 속에서 5명의 인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늘 있는 사람으로 연결되며 모두 딩 나면서 살아간다. 서핑에서 딩난다고 표현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도 딩 나는 건 마찬가지 아닐까. 소설 속 인물뿐 아니라 우리 모두 딩 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영웅처럼 세상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를 구원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상처가 나지만 그 상처로 서로 치유하기에 소리의 울림처럼 딩하게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 딩 나면서 살아가지만 책의 표지처럼 평화로운 분위기를 담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