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을 읽고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반니
출판년도
2019-12-30
독서시작일
2023년 07월 20일
독서종료일
2023년 07월 21일
서평작성자
강*언

Contents

제목만 보면 원예를 예찬하거나 권유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이다. 헤르만 헤세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작가이지만 정작 무슨 책을 썼는지 물으면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아직 그의 대표작을 읽지 못했음에도 그런 유명한 작가의 책이란 이유로 겨우 관심을 끄는 이런 제목의 책을, 평소 같았으면 읽지 않았을 이 책을 어떠한 인과에 의해 읽게 되었다.

읽고 나서 우선 헤르만 헤세는 정원 가꾸기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원 가꾸기와 굉장히 거리가 먼, 대한민국의 어느 도심 속 대학생이 새벽에 그의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열정을 느낀다. 그는 전혀 이해하지도 못할 이런 대비되는 상황에 있는 독자로써 말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서평을 쓰기가 힘들다. 나는 그의 정원 가꾸기를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그의 지론 대로라면 정원 가꾸기는 여유로운 일이 아니다. 부지런하고 바쁜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아름답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문학가다운 생각을 했다. 조잡한 단어로 감히 싸잡자면 로맨티스트가 되겠다.

나는 이 책 속 그의 생각에 다가가기 위해 검색창에 그의 일생을 검색하고 알려진 정보를 읽는다. 그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 그 자체이다. 그는 정원 가꾸기를 마치 예술처럼 생각한다. 계속 식물의 성장을 두고 보면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생각하는 과정이 마치 육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는 자연이라는 것 자체를 예술로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정성스러운 관심을 그야말로 \’예술\’로써 다루고 바라본다. 그 주제로부터 너무도 거리가 먼 나는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낀다. 정말 정순한 예술가가 아닐 수가 없다. 내가 느끼기론 유럽 시골의 노인들은 아직도 이런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한국의 대학생인 나는 왜 그럴 수 없을까. 너무나도 이질적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들은 우선 정원이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이러한 예술 행위나 성찰을 따라 하였다가는 머지않아 아사할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서평을 쓸 만한 무언가 남다른 감상을 느꼈다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였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문장에서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감상은 마치 내 눈앞에 그 정취를 데려다 놓은 것만 같았다. 덕분에 아름다운 정원을 지닌 보덴호숫가에서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일요일의 한낮을 보냈다.

나는 큰돈을 들여 유럽 여행을 가서 그런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고, 융프라우 설산의 장엄함에 압도당하고, 헤르만 헤세의 생가를 방문하여 그의 정원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과 일생을 짐작하는 것보다 더 귀중한 경험을 했다. 그의 생각에 잠시 몸을 맡겼을 때는 비로소 자아가 지워졌다. 나는 그곳에 있었고, 그라는 삼인칭 주체도 아닌 다른 무언가로써 생각의 주체가 되었다. 정원을 가꾸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