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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절대적 선과 악은 존재치 않더라도, 그럼에도 \'선\'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
저자/역자
윌리스 파울리
출판사명
예문
출판년도
2013-11-25
독서시작일
2022년 12월 22일
독서종료일
2022년 12월 24일
서평작성자
이*주

Contents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있어 너무나 많은 제약이 따랐던 한 해였다. 그래서인지 올해의 시작에서는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의지로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를 도전하고 싶었고 그게 \’독서\’였다. 가장 먼저 택한 도서는 즐겨보던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추천도서로 만났으며, 또 유명한 서양 고전인 만큼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저마다의 표지와 함께 출판되고 있는 단테의 신곡 中 지옥편이다. 

 이 책은 많은 책에서 볼 수 있는 산문의 형태라기보다는 총 3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정형시만큼은 아니지만, \”시\”와 닮은 형태로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형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 듯 하나, 이 나름대로의 장점이 나중에서는 새롭게 다가왔다. 각 곡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의 변환 혹은 사건의 흐름이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 책을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을 때 곡단위로 끊어읽을 수 있어 부담감이 덜했고 나로서는 이해도 전 부분의 기억을 더듬는 데에도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다시 읽는 일이 줄었다..! 틈을 내어 책을 읽고자하는 사람 중에서도 고전을 도전해보고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물론 종교적 배경과 고전 특유의 서술체에 적응하는 시간은 조금 걸릴 수 있으나 그러한 시간투자는 거뜬히 해낼 수 있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지옥을 다녀온 여행문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목적지가 \”지옥\”임에도 \”여행\”이라 표현한 이유는 주인공이 자신의 죄를 깨닫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묘사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적극적인 인터뷰어로써 지옥의 사람들의 현생에서의 경험과 죄를 끊임없이 묻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통해 조금은 흥미로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지옥은 다양한 관문을 통해 가면 갈수록 더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형태로 묘사되는데, 이를 통해 중세적인 시대상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묘하게 익숙한 어릴 때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이 등장해 앞선 중세적인 시대상과 대비되는 인간 형상의 신과 형물들이 등장하는 르네상스적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보지 못한 이면을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 인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책은 항상 읽을 때마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다른데, 이번 책 이번 독서에서 가장 와닿았던 구절은 이거였다.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

신곡 中 지옥편 _ P18

 최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보면서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사람이 마음으로 사람을 살리는 선한 모습도 접하게 되었다. 절대적인 선과 악이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출발점과 지향점만은 반드시 \”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 올바른 선택을 내리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순간 나를 포함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한 고민과 선택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한 올바른 선택임을 느낌에도, 누구나 내가 잃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뒤따라올 책임에 종종 겁이 나 망설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간파한 듯 위문장은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가를 통해 나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이라 꼭 짚어 말하는 것만 같았다. 책의 맥락과는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진로와 다양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의 나에게, 앞으로 만날 수많은 고민들과 선택에서 내가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 대목이었다. 앞으로도 책을 꾸준히 새롭게 만나보며 기록할 각오로 첫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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