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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오늘
저자/역자
한준식
출판사명
알에이치코리아
출판년도
2019-05-28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18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19일
서평작성자
오*진

Contents

(내가 살아가는 오늘)

2022년 11월 19일.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비가 와서 가만히 있어도 습하고 끈적했지만, 물을 마시려다 컵을 깨뜨려 치우느라 식겁했지만, 평화로운 하루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인생이 감히 평화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1950년 6월 25일. 그날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절망스러운 아침이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역사 시간에 익히 들었던 ‘6.25’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로 크고 작은 전쟁이 많이 있었지만 ‘6.25’전쟁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전쟁인 것 같다.

우리는 6.25 전쟁을 교과서 속에서 배웠다. 그러나 이 책은 ‘6.25’를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지옥 같던 전쟁터에서 5년을 버티고 무사히 살아 돌아온 한 군인이 직접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에도 6.25 전쟁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수많은 사람에게 말로 감히 다 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약 1950년을 살고 있었다면, 과연 그 갑작스러운 불행에 그렇게 맞서 싸울 수 있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다들 겁먹고 도망가기 바빴을 텐데 그 와중에도 묵묵히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함을 느꼈다.

또한,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오늘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하며 우리의 평화로운 하루하루는 누군가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삶은 불행하다’라고 느꼈던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보냈던 시간까지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먹지 못하며, 언제 다리 하나가 날아갈지 모르는 아수라장 속에서 버틸 수밖에 없던 그 사람들의 운명에 비하면 평화로운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마 후손들이 전쟁을 겪지 않고 평화 속에 살기를 바란 그분들의 용기 덕분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그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쟁에 뛰어든 두 나라의 국민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서로의 땅을 욕심내지도 않았으며 가족들과 평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이다. 고작 국가의 욕심 때문에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문도 모른 채 총을 들고 나가야 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사방으로 포탄이 터지는 전쟁통 한가운데에서 얼마나 두려웠을지, 얼마나 살고 싶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같은 ‘사람’인데,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한다는 게 양국의 군인들에게는 너무나 잔혹한 전쟁이었던 것 같다.

역사책 속에서 6.25 전쟁은 단순히 원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전쟁의 결과에 관한 내용으로 다뤄진다. 그래서인지 그 전쟁 속 사람들의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단순한 역사책보다 큰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2022년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과연 후손들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 들고 나가 목숨 걸고 싸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들 본인과 가족들만 살고자 할 것이고 해외로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정말 6.25 전쟁 때의 군인들은 용감하고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고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평화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쓰신 ‘한준식’ 할아버지는 다시는 후손들이 6.25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셨다.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하고 눈물 나는 기억들을 빠짐없이 꺼내어 기록해주셨다.

누군가는 후유증으로 인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애써 떠올리지 않으며 꾸역꾸역 버티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아픈 기억을 안은 채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한준식’ 할아버지의 용기와 강인함 덕분에 6.25 참전용사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6.25 전쟁을 함께 보고 아파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동에 물들어 있긴 했지만, 정말 다 읽고 났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나치게 감동적이었으며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비록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후손들의 평화로운 나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6.25 참전용사들이 지켜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그렇게 목숨 걸고 지켰던 나라를 여든아홉이 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 어떨지 참 궁금한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주어질지는 몰라도 그분들에게 남은 시간은 꼭 평화롭고 좋은 기억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의 표지에는 한 할아버지의 선명한 뒷모습 너머로 흐릿하게 군복을 입은 사내가 겹쳐 보인다. 이 그림처럼 정말 우리는 지나가다가 할아버지를 보아도 그분이 6.25 참전용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가 없다. 그러니 겉모습만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내가 무시하고 막대한 사람이 어쩌면 우리의 오늘을 살게 해준 영웅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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