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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삶을 담은 북학의
저자/역자
박제가
출판사명
돌베개
출판년도
2014-10-27
독서시작일
2022년 12월 19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24일
서평작성자
김*은

Contents

북학의란?

‘쉽게 읽는 북학의’란 초정 박제가가 저술한 책인 ‘북학의’를 현대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 생각과 함께 정리한 책이다. 이러한 ‘북학의’는 중국의 기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면모를 배우고 조선을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 즉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의 주장은 매우 급진적이고 당시의 사람들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경제, 그중에서도 상업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매우 안목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학의의 주요 주장

박제가는 사절단으로 중국을 방문, 그곳에서 경험했던 바를 바탕으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중국 문물과 제도와의 비교를 통해서 이끌고 있다. 또한 상업뿐만 아니라 농사, 공업, 목축 등 일반 백성들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분야에 대해서 중국의 기술을 소개하며 보다 나은 조선으로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박제가의 주장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레, 선박 등과 같은 교통과 운송과정의 개선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경제에 있어서 유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박제가는 조선은 유통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중국의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습득, 도입하고 이를 통해 유통과정을 개선하여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선박을 이용하여 중국과 교역, 이를 넘어서 다른 국가와의 유통으로까지 넓혀 국가경제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박제가가 경제의 증진이 국가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간주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각종 제도의 개선, 특히 과거제도에 대해서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조선의 과거제도는 불필요한 인재를 뽑아 남아돌고 있으며 선발방식이 현재의 적합한 인재를 뽑기에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원을 줄여 필요한 인재만을 선발하고 등용 이후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문장을 통해 시험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 맞는 학문을 가지고 선발하고 불시에 시험을 실시하여 똑똑한 이가 아닌 업무에 적합한 이를 뽑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관직과 녹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폐단이 일어나는 이유를 적은 녹봉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중국과 같이 녹봉을 늘리고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현재에도 공직의 청렴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많이 언급되는데 이를 통해서 박제가가 조선시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풍속의 변화를 주장한다. 조선은 검소함이 주요 이념을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박제가는 이러한 검소함이 조선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하며 비판한다. 검소함에 대한 강조로 인해 비단옷을 입지 않고 배를 수리하지 않아 배의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하며 여성의 베를 짜는 기술, 공장, 목축, 도공 기술이 끊어질 것이라 말한다. 결국 사농공상 모두가 빈곤함에 처해 서로를 구제하지 못하며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라 얘기하며 검소함을 버리고 소비의 증진을 주장한다. 또한 사대부에 대해서도 그들은 농민들을 구박만 하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큰 좀벌레와 같다고 거센 비판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사대부라는 이름 앞에 그들에게 상업을 감독하는 직책을 주어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박제가

‘북학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소비에 대한 강조이다. 우물을 통해 소비를 비유하며 길어내지 않으면 말라버리듯 경제도 그러하다고 주장하며 소비를 통한 상업증진을 주장한다. 이는 앞선 실학자들과는 차별화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교이념의 바탕을 둔 조선사회에서 매우 파격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이 가지는 목적이 단순히 나라를 위한다는 목적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증진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수레와 벽돌이며 이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 일반 백성의 삶의 증진과 관련 있기 때문이었다. 수레는 일의 효율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마을 간의 교환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벽돌은 마을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을 주며 일반 돌로 성곽을 쌓는 것보다 훨씬 견고하기에 벽이 무너지는 일이 적어져 부역의 빈도도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이를 통해 그가 서민의 행복과 윤택한 삶을 바라는, 즉 이용후생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전통성을 되찾고자 하며 잘못된 풍습에 대해 바꿔야 한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눈여겨봤던 부분은 바로 여성의 의복을 지적한다는 점이다. 고려 후기 몽골의 지배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인 문화가 많은 변화를 겪게 되며 그중 하나가 바로 여성의 의복이었다. 조선 후기에 남성의 의복은 옛 의관제도를 따르고 있지만 여성의 의복만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것을 탈피해야 한다고 책의 여러 부분에서 언급한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했던 과거제도와 더불어 그가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며 탈바꿈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박제가는 사대주의자?

과연 박제가가 저자가 언급한 대로 현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앞서 설명했듯이 북학의는 중국, 즉 청나라와의 문물과 제도를 조선과 비교하며 개선해야 할 점을 적어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용이 너무나 맹목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청나라는 배척하고 명나라는 숭상하고 사대하는 분위기를 버려야 한다고 책에서 언급하지만 그 또한 숭상하는 대상만이 바뀌었을 뿐 사대주의적 경향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백성의 삶에 대해 위생관념이 없는 이들로 간주하며 중국과 비교해 열등한 존재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문물을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제가는 조선은 너무 간격을 넓혀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필요 없이 농지를 낭비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농법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사직설』에서 세종대왕이 밝히듯 중국과 조선은 토양이나 기후 등 많은 부분에서 다르며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수용하여 적용하려고 한다면 분명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즉 박제가는 중국의 선진문물에 몰두되어 조선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사대주의적 사고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없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는 책에서 조선의 말과 중국의 말이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원래의 소리를 버리고 중국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그는 중국을 본받기 위해서 혹은 중국과 동일해지기 위해서 언어까지 통일해버리자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유의 문화를 하나씩 없애 중국과 동일해지려고 한다면 결국 나라를 자멸하게 하는 길이며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없애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북학의가 가지는 의미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으로 인해 박제가가 했던 모든 주장을 부정할 순 없다. 조선 후기, 실학이 등장하면서 상업이 주목을 받긴 했어도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조선에서는 상업이 큰 주목을 받기엔 어려웠다. 이와 더불어 소중화와 같은 명나라에 대한 숭상의 감정이 앞서고 청나라에 대해서 오랑캐라고 부르며 배척, 무시하던 상황에서 더더욱 청나라를 배우자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제가는 여러 반대에도 무릅쓰고 청나라의 기술과 문물을 배워서 상업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이 집약되어 있는 ‘북학의’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자본주의로 나아가려고 하던 조선 후기를 살펴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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