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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체제의 유지와 순응하는 구조에 관하여
저자/역자
박지리
출판사명
사계절
출판년도
2016-09-20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17일
독서종료일
2022년 12월 19일
서평작성자
김*원

Contents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생소한 제목, 생소한 표지, 그리고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이 짐작이 되지 않는 소설이다. 하지만 제목으로 하여금 무엇이 모티프인지는 유추하기가 쉽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비튼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소설은 대관절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인간의 악성에 대한 기원을 논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주인공을 통하여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인류학자의 이름을 따와 붙였는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세 세대의 사람들에 걸쳐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과 비밀, 그리고 그 진실을 쫓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부터 제이 헌터라는, 먼 옛날에 의문의 살해를 당한 인물의 추도식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어떤 의미로는 상징성마저 엿보일 정도이다. 그리고 제이 헌터의 죽음을 규명해내기 위해 진실을 쫓는 제이의 조카 루미 헌터, 그런 루미를 좋아하는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주된 화자인 다윈 영, 그리고 학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진실을 알리고 약자들에 대해 보도하는 기자가 되는 것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는 레오 마샬. 여기까지 보자면 이 소설은 여타 흔한 추리 소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설 속에서 지닌 각자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회를 보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먼저 이 세계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구역이 나뉘어 있고, 그 구역에 따라 사회 기반 시설의 발달 정도가 달라지고, 거주민들의 계급과 종사하는 직업군이 달라지며, 9지구로 갈수록 치안이 나빠지고 교육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며, 일종의 무법지대나 다름없어집니다. 그리고 각 인물들은 1지구 장관 집안 출신의, 명문 학교 프라임 스쿨에 다니는 우등생 주인공과, 3지구 출신이되 프라임 스쿨보다는 격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여학교에 다니고 있는 진실을 쫓는 소녀. 그리고 마찬가지로 3지구 출신이면서 프라임 스쿨에 어찌저찌 입학했지만, 그 학교와 1지구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칙을 어기기를 반복하는 소년.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해결되는 일은 보이지 않는데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느껴질수록, 이 소설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서서히 눈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결말에서 예기치 않은 폭죽을 터뜨리고 만다. 독자의 기대와는 달랐을, 어떤 처참한 현실을, 가장 어두운 비극을, 혹은 누구도 바라지 않았을 형태의 엔딩을 말이다.

9지구에서 1지구로 향하는 기차의 터널 속에서, 우리는 한 개인이 어떠한 형태로 사회의 불합리한 체제에 순응하고 합류하는지, 그리고 동조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되는지, 그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이 세 인물들의 집안사와 뿌리 깊게 얽힌 사회의 모순적 구조,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죄와 부조리, 개인이 진실을 마주함에 따라 취하는 선택.

이것은 어떤 의미로 가장 처참한 풍자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이야말로, 작가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본다.

지금 이 서평에서는 최대한 결말부를 미리니름하지 않기 위해 에둘러 말했기에 글이 엉성하지만, 한번쯤은 다들 꼭 읽어 보았으면 하는 소설이다. 나는 이 범죄극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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