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하나의 깨끗한 포크를 만들어낸다.
사실 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만은 고민하지 않고 빌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기 때문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란 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결코 단번에 하는 법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완벽함을 추구했다가 지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모순처럼 들렸다. \”완벽을 추구하면서 기본적인 시간 완수도 못하는 게 무슨 완벽주의자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게으름을 멋지게 포장하는 말처럼 들려서 스스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칭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난 후에 나는 생각했다. 게으름과 완벽을 같은 선상에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있어서의 게으름과 질에 있어서의 완벽으로 나누어지고 높은 질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해서 결국 시간에 있어서의 \’완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게으름을 주제로 하는 책들을 몇 가지 읽어보긴 했지만 뻔한 해결책이 전부였다. 우선순위 정하기, 눈에 보이는 곳에 메모해놓기, 생각한 순간 몸을 움직이기 등등. \’이것들을 몰라서 게을러진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루는 나였다. 하지만 이 책은 게을러질 수 있는 여러 환경이 있고 예로는 ADHD, 우울증 등이 있었는데 내가 속해있는 상황이 나올 때 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미루기는 쉽지 않은 것이 맞고, 바꾸기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책을 끝까지 읽어낸 독자들을 북돋아주고 칭찬하는 마무리가 좋았다.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포크 이야기이다.
만약 당신이 집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것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 그 범위를 줄이면 된다. 부엌 청소로 줄인 후, 이것도 부담스럽다면 설거지로 줄이면 된다. 설거지도 버겁게 느껴진다면 포크 하나를 목표로 해도 좋다. 사소해보일지라도 당신은 결국 움직였고 분명 어제보다 나은 점이 있다. 깨끗한 포크 하나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작은 목표로 쪼갠다면 우린 못할 것이 없다.
이 이야기를 보고 나는 오늘도 깨끗한 포크들을 하나씩 만들어냈고 결국 악순환으로 반복되어 나를 깎아먹던 죄책감, 자책감을 없애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