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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가치
저자/역자
한병철
출판사명
김영사
출판년도
2022-09-05
독서시작일
2022년 11월 15일
독서종료일
2022년 11월 15일
서평작성자
옥*규

Contents

최근 내가 속한 20대를 중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우울증 진료를 받는 사람들의 수도 크게 늘었고, 관련 책들과 컨텐츠까지도 많이 늘어난 게 눈에 띈다. 문화가 더 개방되면서 정신 질환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것 또한 한 몫 했지만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늦은 밤 우울감에 빠지면 생각이 많아진다. 평소 만나던 사람들도 내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함께 있었던 사람들로 느껴진다. 그 순간 나와 사람들과의 관계는 타자간의 깊은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목적을 위한 이익관계로 탈바꿈한다. 이게 이 책과 무슨 연관이 있나 싶겠지만 이 책에선 이런 현상을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사회로 변화한 데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의 세상엔 애착을 가진 사물, 나에 대해 돌아보고 상대방에 대해 알며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타자가 사라졌다. 지금의 우리는 ‘세계’을 잃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사라지고 다시 몇 번 움직이면 만들어낼 수 있는 소비의 대상이 되어있다. 현대는 자유로 채색되어있지만 그 채색 밑에는 ‘지배’의 캔퍼스가 받치고 있다. 자신이 지배당하는 줄 모르는 지배가 이뤄질 때, 비로소 완벽한 지배가 이뤄진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데이터다.

한없이 가벼워진 사물들과 관계 속에서 우린 무언가를 잃어버렸음을 분명히 느끼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잃어버린게 무엇인지도 몰라 다시 찾지 못한다. 그저 텅 빈 속마음에 괴로워 할 뿐이다. 이 책은 지금의 이런 시대를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파헤친다. 그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이해하게 된다면 지금의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보다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새로이 고통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의 세상은 모든것을 ‘정보’로 재구성해 보다 편리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든다. 그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정보로 다뤄지는 것들 위에서만 움직이고, 정보가 없는 것은 무가치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기억하게 되는 것들은 우연히 가게 된 식당, 지나가다 눈에 띄어 읽게 된 책,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하고 마주치는 사람이다. 비록 효율과 멀어질지 몰라도 우리는 정보, 데이터와 떨어질 필요가 있다. 이 얇은 책 한 권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나 자신의 결핍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한 번으로 읽고 끝날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읽어보며 작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를 통해 나에 대해서도 더욱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짧았지만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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