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보다도 과학이 더욱 발전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칩과 센서,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감지하고, 모든 행동을 이끈다. 사람들은 그 트레일러 위에서 그저 기기가 지시하는대로만 따르면 되는 삶을 산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일상의 불확실성을 없애버린 유토피아를 그려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치의 설렘도, 이벤트도 없는 밋밋한 디스토피아가 동시에 겹쳐보인다. 게다가 이 세상은 VR, AR 등 기술이 발전해 사실상 현실과 가상의 공간의 구별이 무의미해져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체로 다치지도 않고, 하고 싶은 경험은 뭐든 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자유로이 누빈다. 다만 넓은 평원을 두고 제 발로 관리자가 있는 울타리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안에서만 누리는 게 과연 진정으로 ‘자유롭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설에서 특이점은 뇌를 다운로드하여 사이버공간속으로 사람을 옮길 수 있는 서비스가 나타나며 시작된다. 이런 세상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고탓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그들 중 일부에게 어떤 사람이 나타나 그들을 영원히 늙지도, 아프지도 않지만 자신의 정신(이었던 것?)만은 불멸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소설은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사라질 것에서 기인한 불안감과 불멸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부터, 과연 나의 뇌를 완벽히 복제해 그것이 온라인 세상 속에서 외모와 행동, 사고방식을 똑같이 유지한 채 살아간다면 그것을 진정 나라고 부를 수 있을지. 현실에서의 ‘나’를 규정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것들 중 내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 있을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지만 과거 현자들의 철학들과도 이어지게 되면서 우리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지, 이상적인 삶은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방향을 제시해 주는, 생각이 많아지는 좋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