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표정을 좋아한다. 들떠서 자꾸만 말이 꼬이는데도 눈을 빛내며 감정을 토로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혼자 말을 쏟아내다 문득 제가 너무 말이 많았죠, 하고 머쓱해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가끔 씁쓸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보면 되레 내가 울고 싶어진다. 상대방은 그땐 그랬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지만 \’그때\’가 지금인 것 같아 보이는걸. 피아노든 클래식이든 별 감흥 없는데도 『아무튼, 피아노』를 읽다 많이 운 건 그래서다. 이토록 곡진한 사랑 고백이라니. 사랑은 진심일수록 슬프다.
아무튼 시리즈는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하고 싶을 때 자주 찾는데, 『아무튼, 피아노』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님. 기존에 읽어온 아무튼이 책날개에 적힌 대로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한 가지\’라면, 『아무튼, 피아노』는 \’우여곡절 끝에 어찌 되었든(=아무튼)\’, <헤어질 결심>의 \’마침내\’에 가까운 느낌. 저자가 피아노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버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많이 울고 웃었으리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음. 떠올리기만 해도 좋은데 그만큼 미워서 울컥하는 아무튼이 내게도 있기에 더 몰입해서 읽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시선으로부터,』 속 구절(두 번째 사진)이 자주 생각나기도 했고.
아무튼 시리즈치고 무거울 거란 예상은 했는데 버스에서 읽다 눈물 참기 챌린지 할 줄은 몰랐지…^^ 책 크기/무게와 반비례하는 책입니다. 작고 가볍지만 묵직하고 여운이 길어요. 왠지 술 마시면서 다시 읽고 싶어서 소장할까 생각 중. 아, 그리고 전자책보단 종이책으로 읽는 게 더 느낌이 잘 살 것 같음. 책 냄새 맡으면서 읽어야 몰입 잘 되는 내용이라(물론 내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