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가 집필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했던 19세기의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학에서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누군가가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재\’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탐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은 확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명명학, 이름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령 내가 길을 가다가 처음 보는 어떠한 생물에게 이름을 붙여도, 이는 이들의 \’진짜\’이름도 아니며, 그 생물은 여전히 그 자체로서의 모습이다. 나는 그동안 \’이름\’이 지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고 모든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결국 이들마저도 당연한 게 아니라 그저 \’실재\’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미 없는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 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을 읽은 뒤에야 결국 허망한 감정을 지울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겸손해야 하고, 내가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당연함\’보다는 늘 신중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름이 붙여진 모든 것들에 대해 더 이상 이를 진실되게 탐구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이미 우리에게 당연해진 것, 이름이 붙여져 알려진 것보단 제대로 알 지 못하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자극을 찾으며 이를 제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과도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아직까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름이 지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데도 굳이 믿으려고 하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무의미성을 받아들이고 여기서 겸손하게 탐구하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