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유형의 책이었다. 시험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적당한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용은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이지만 책 두께가 두껍지 않아 부담 없이 다가왔던 책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독서는 먼저 이 책이 어떠한 내용을 다루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되었다. 철학자의 아틀리에란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철학자와 그림이라는 두 키워드 간의 상관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뭔가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들에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8장마다 철학자와 그 철학자와 관련된 작품이 하나씩 소개되며 둘의 상관성에 관해 서술해준다. 그렇기에 내가 알던 철학자가 나오는 파트는 읽기에 수월했지만 철학자의 파트는 이해하려고 여러 번 다시 읽어보곤 한 책이다.
파트마다 새로운 사실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고등학교 때 알게 되었던 칸트가 나오는 부분은 경험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에 관련된 그의 생각과 그가 생각하는 예술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이런 부류의 책을 읽으면 다양한 사회사상과 종교적인 부분보다도 본질적인 것에 대한 의문이 제일 이해하기가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하이데거 파트에서 다룬 부분이 바로 그러한 본질이었다. 그는 너무 해석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그 물건의 본질을 멋대로 정의하여 더 나아가지 못할까 봐 조심하였고 그럴 때마다 예로 든 것이 미술이었다. 화가가 그린 그림이야말로 그 물건의 사용하는 부분을 넘어선 그 물건이 가진 분위기나 다른 의의를 가지게 해준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나 또한 예술작품을 접할 때면 변기를 전시했던 사건과 같이 내가 이해할 범위를 넘어선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럴 때면 예술이란 무엇인지 범위와 기준이 필요한 걸까이란 의문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의해버리면 \”그 예술이란 울타리로 인해 진정한 예술로 더 나아가지 못하겠구나\” 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처음에는 서로 관련 없다고 느낀 미술과 철학인데도 책을 읽을수록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둘은 의외로 결이 같다는걸 알게 된다. 그렇기에 점점 읽다 보면 각자의 철학적인 사고방식과 그들의 중심이 되는 관점에 따라 그들의 특이점에 맞게 해석되는 예술을 보며 \”저렇게 받아드릴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읽는 내내 느끼곤 했다.
뒷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르트르 부분이었다. 이때까지 읽으면서 하나의 철학적 이론이 구축되기까지는 그 철학자의 사상과 시대상들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에게 자신만의 철학을 받아들이게 하는 건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철학은 혼자만의 기준점이 아닌 청년층에서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자유에 대한 갈망은 모두에게 공감이 될 요소이긴 했다만 자신을 기준으로 두는 게 아닌 모두가 공감할 내용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의 생각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공감이 되었기에 기억에 남는 철학자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나 같은 경우는 총 8장 중 앞부분에서는 철학자들의 자신만의 이론을 설명하고 이론이 중심이 되어 서술되어 있었고, 그에 반해 뒷부분에서는 이론보다는 철학자들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엮인 시대상과 같은 배경을 더 다룬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앞부분보다는 뒷부분 쪽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렇듯 이 책은 철학자들의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간단히 다뤘기에 그들의 생각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