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서 떠오른 비거니즘은 내게 알면서도, 실은 외면하고 싶었던 주제 중 하나였다.
우리 집 대표 편식쟁이인 나는 고기 반찬 없이는 밥 한 끼 먹기를 싫어할 만큼 비거니즘의 \’비\’에도 전혀 가깝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육류 애호가였다. 나물 반찬은 계란 후라이와 고추장, 참기름과 함께 비벼서 먹지 않는 이상 먹지 않았고 정말 심할 적에는 짜장면을 먹어도 짜장 소스에 면만 비벼 먹어서 내가 먹은 그릇에는 야채가 가득 쌓여 있을 정도였다.
이런 내가 비거니즘에 다가가선 괜한 죄책감으로 좋아하는 반찬을 먹기에 찝찝할까 봐, 알면서도 비거니즘은 내게 머나먼 주제라고 생각하여 읽어봤자 과연 내가 채식을 할까란 의문에 필사적으로 모른체 해오던 주제였다. 그러나 한림도서관에서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가 고양이와 채소수프라는 신기한 이름(?), 그리고 부제인 \’어느 고기 애호가의 비거니즘에 대하여\’에서 동질감을 느껴 도전해보고자 하는 신기한 용기가 쏟아 읽게 되었다.
\’비거니즘\’은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비건에는 다양한 범주가 존재했다. 흔히 말하는 비건은 육류뿐만 아니라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이나 화장품까지 모두 소비하지 않는 것이고, 락토는 육류는 먹지 않으나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은 먹고, 또 락토 오보는 달걀과 유제품까지는 허용,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페스코, 붉은 육류를 먹지 않는 폴로, 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다는 플렉시테리언(!), 마지막으로 식물의 생존을 방해하지 않는 열매, 잎, 곡식등만 먹는 프루테리언까지. 채식이라 함은 곧 모든 육류를 먹지 않는 건줄로만 알았는데 프루테리언처럼 식물의 생존을 염두로 두는 것부터 플렉시테리언과 같은 선택적 육식까지 모두 범주에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저자 역시 처음에는 페스코로 시작하여 점점 비건에 다가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모두 비건에 대한 주제를 접했을 때 \”밖에 나가서 대체 뭘 먹을 수 있을까?\”, \”회식이라하면 보통 회나 고기를 먹는 데 그러면 혼자 못먹나?\”, \”고기 없이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있나?\”등과 같이 한 번쯤은 비거니즘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해 봤을 법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함께 서술되어 비거니즘에 대한 무거운 인식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나서 먹어본 \’청경채초무침\’은 어느새 내 최애 반찬이 되었다. \’나물은 맛 없을 거야! 난 고기만 먹을래\’라는 곧은 편견을 버리고 서서히 육류를 줄여보고자 도전했던 나물은 생각보다 먹을 만 했다. 어릴 적 어른들이 말하던 나물의 향을 드디어 알것만도 같았다.
비거니즘, 왠지 말로만 들으면 무거운 주제이지만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나 처럼 육류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외면했지만 한 번쯤은 탐구해보고 싶고, 서서히 육류를 줄이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현재 플렉시테리언으로 살아가는 나는 앞으로도 채식에 관심을 가질 많을 이들과 함께 더욱더 비거니즘에 대해 탐구하고 공부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