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사회적 소통의 기본 수단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료이다. 편지는 그것이 작성된 당시의 상황을 한층 압축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편지의 작성 배경과 작성 경위, 수집·보존 경위 등 편지의 작성과 전달, 수집을 둘러싼 상황 구속성과 전후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토대 위에서 편지 내용을 분석한다면 편지의 사료적 제한성을 극복하고 오히려 편지가 간직한 내용 이상의 풍부한 역사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편지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해방과 미국 점령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편지의 발신인은 이승만, 김구, 여운형 등 한국인 지도자들부터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신인 역시 맥아더 장군, 하지 장군, 웨드마이어 장군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장성들로부터 평범한 한국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편지 자료들은 소통의 주체와 상대, 소통 방향이 다양했고, 미군이 그 편지들을 수집, 정리한 동기와 목적 역시 다양했다. 이렇듯 이 책에 수록된 편지들을 통해 해방 직후 복잡했던 3년간의 한반도 정세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고, 편지 사료를 해석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편지를 통해 한반도의 해방과 미국 점령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이 쓴 편지를 통해 한반도의 해방과 점령의 시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역사학계에서 에고도큐먼트를 통해 역사를 서술하고자 하며 에고도큐먼트의 특징을 통해 이 또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되었다. 특히 편지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개인 자신의 의미와 그가 지향하는 가치를 동시에 보여 준다는 서사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면서 책에 수록된 편지들을 자세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한국은 35년간 일제강점기 하에서 일제의 무력과 수탈로부터 가혹하게 통치 받았다. 1945년 해방 직후는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가 이어지면서 자의적인 독립국가 형태가 아니었다. 미소 양군이 철수했지만 1950년대에 남한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 또한 아예 독립적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냉전체제가 강화되면서 남북은 분단되었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더욱 단절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독립 투쟁 끝에 해방을 할 수 있었지만 과연 이후 한반도의 정세를 보면 완전한 해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서 평소 친구들과 모이면 자주 얘기한다. 과연 독립을 통한 해방인지,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의 패망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해방인지부터 해방 이후 미군정의 점령에 대한 생각 등을 나눠왔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미군정은 한반도 중 남한만큼은 공산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신탁통치를 하고자 했으며 한반도 내 좌우익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통치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혼란한 한반도 정세로 일반인들은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다. 그들이 바란 해방 이후의 나라와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이에 이념에 따른 정치인들이 아닌 일반인, 즉 민이 추구했던 해방 이후의 한반도는 어떠했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