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더 이상 서구 세계가 자행하고 있는 무분별한 소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그 무분별한 소비의 대가는 너무나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물건이 출시되고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람들의 앵겔 지수는 한없이 높아지고 있다. 배달업체는 코로나 이후 전례 없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도 알고 있다, 유기농 음식의 중요성을. 하지만 벌겋게 버무려저 플라스틱 통에 담겨오는 음식들 사이, 유기농을 따지자니 유난스러운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웰빙 붐이 일어났던 과거는 이제 빛바랜 추억이 되었다.
햄버거를 소비할 때마다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는 말은 흔하게 들어왔다. 사실 그 많던 공룡도 자기들이 뿜어낸 온실가스에 멸망했다는 이론이 있으니 인간의 미래와 그닥 다를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발달된 기술을 사용하여 식재료를 생산하는 인간은 공룡보다 더 빠른 시간 내 종말을 맞을 수도 있겠다. 레이첼 카슨은 DDT는 여전히 우리 몸에 흐른다고 말했다. 그렇다, 지금 동물들과 이 땅속에선 여전히 DDT의 영향을 받고 있으리라. DDT 이후로 우리가 농약을 생산하지 않았나? 아니다. 이제 오히려 사람들은 농약이란 단어에 겁먹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는 점점 무심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과거의 농약과 매년 뿌려진 농약들을 농축해서 먹고 있다. 농약으로 인해 깨끗하게 생산된 채소들은 못난 것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소비된다. 소비가 증가하면 공급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특히 농약 잔유물이 많다고 보고된 사과, 복수앙, 완두콩, 포도, 감자, 시금치, 토마토, 딸기 등은 어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제철 음식이 몸에 좋다고? 변화하는 기후 속에 ‘제철음식’이란 단어는 점점 퇴화 될 단어다.
‘유전자 변형 옥수수, 감자..의 사용’이란 주제는 내 어릴 적 교과서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어보자며 제시되었다. 언젠 진 모르겠지만 뉴스에서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이제 사용된다는 걸 본 적 있다. 그날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일도 꽤 오래된 옛날 일이다. 내가 자주 가던 마트에서 판매하는 옥수수 과자와 캔에는 이미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함유되어있다. GMO 식품이 무조건 나쁘지 무조건 안전한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있는 식재료의 변화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GMO 상용화는 먼 얘긴 줄만 알고 잊었더니 내 인생에 고스란히 돌아왔다. ‘수동적인 태도로 가만히 앉아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머리를 모래에 처박은 채 늘 하던 대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167쪽) 우리는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서있음이 분명하다.
환경문제에서는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비아냥이 있다. ‘나만 분리수거, 유기농 소비를 한다고 이게 바뀌느냐, 나는 대를 잇지도, 오래 살지도 않을 것이다.’ 함께 행동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를 거부해야만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사실 저런 비아냥을 내뿜을 때도 사실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이미 잘 실천하고 있는데, 나만 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투정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틴 루터 킹의 말을 빌리자면
‘희망을 잃는다면 삶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생명력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존재할 용기,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질을 잃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417쪽)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종말을 맞을 바에 무엇이라도 해보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이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생일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