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찾았다. 4월에 해리포터 영화의 후속작 격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시리즈를 다시 읽어야겠다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요즘 시리즈 물을 굉장히 많이 접하고 있다. 최근 <엔드게임>까지 정말 핫했던 마블 시리즈를 늦게 서야 정주행했었다. 30편 가량 되는 영화를 보려니 힘들긴 하였지만 미션 깨듯이 하나하나 봐나가고 마지막 영화를 보았을 때는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에 굉장히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세계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으로 마니아 층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시리즈들로 속속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에 선택된 것이 <해리포터>이다.
해리포터를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나는 소설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당시에도 그랬었다. 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없나 뒤지던 중 해리포터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이 그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정말 많이 보았기도 하고, 세계적 명작으로 꼽히는 이 책을 한번 쯤은 읽어 보고 싶어 빌렸었다. 당시 시기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험이 끝나고 조금 한적해진 시기였었고, 그래서 야자 시간에 이 책들을 잔뜩 쌓아 놓고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푹 빠져 재미있게 읽었고, 읽고 나서는 영화까지 다 찾아보았는데 지금은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게 신기하다.
물론 아얘 읽었던 모든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이 누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생생히 나고, 이야기의 줄거리도 정말 대략적인 부분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하였다. 하지만 다시 책을 읽으니 그때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하는 게 정말 많이 있었다. 그 때 읽었을 때의 기분과 사뭇 다르다. 지금도 재미있게 읽고 있긴 하지만 그때와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먼저 옛날에 읽었을 때는 두들리 가족이 해리를 그저 정말 미워하고 증오해서 그에게 못되게 군다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럼에도 해리를 계속 키워주고, 학교 갈 때나 방학이 되면 태워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보면 잘 챙겨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였다. 또, 해리의 이모와 이모부가, 해리가 그의 어머니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기를 원하기에 그를 마법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 것을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해리한테 한 행동들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옛날에 내가 생각하였던 것보다 나쁘게 바라보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해리포터>라는 책이 꽤나 많은 교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옛날에 읽었을 때는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그냥 하나의 재미적인 요소로만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작가가 곳곳에 감춰 놓은 의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표면적으로 나쁘다 생각했던 것들이 그것에 대한 자세한 진상을 확인했을 때 사실 그 반대였을 수도 있고, 우리가 겉으로 보았을 때 아 정말 좋은 것이구나하고 여겨지는 것이 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무언가를 볼 때는 겉보다는 안에 감주어진 것을 보라\’는 것과 \’어떤 것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지 말자\’는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때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기 위해 타인의 불편한 시선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교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도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고, 또 겉으로 보이는 걸로만 상황을 단정 짓고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내게 익숙하지만 놓치고 살았던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또한, 나는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타인이 불편을 느낄까 봐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돌아온 책임을 나는 무책임하게 회피하려고만 했었다. 그것은 옿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도 해리포터는 나에게 어떤 일깨워주는 부분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과연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계적 명작으로 꼽히는 것은 거품이 아니다. 해리와 친구들의 모험을 통해 여러가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다. 사실 지금 독후감은 해리포터 제3권인 <아즈카반의 죄수>까지 읽고 뒤늦게 쓰는 것이다. 빨리 읽고 싶지만, 앞으로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그 전에 나머지 시리즈를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그런 녹록지 않은 환경 가운데 이 해리포터 시리즈가 안식처가 되어준다는 것에 대해 내가 부인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