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창 핫했던 책이다. 집 옆 도서관은 항상 대출 중이라 빌릴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학교 도서관 신작 코너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발견해 기쁜 마음으로 바로 대출할 수 있었다. 한창 이 책이 떠오르고 있을 때에는 sns에서 광고를 정말 많이 접했는데, 아직도 어렵지 않게 종종 눈에 띄는 것 같다. \’너의 이름은\’ 이라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기에, 그런 류의 아련한 로맨스 스토리가 될 것 같다고 미리 예상을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학교 가는 지하철에서 첫 페이지를 펼쳐 읽어 나갔다.
일단 책은 주인공인 \’가미야 도루\’가 소위 일진 무리에게 괴롭힘을 받는 친구 \’시모카와\’를 도와 주면서부터 시작된다. 녀석들이 괴롭힘을 멈추는 대가로 전혀 모르는 사이인 다른 반 여학생 \’히노 마오리\’에게 고백하게 한 것. 그런데 웬일인지 거절할 줄 알았던 히노가 고백을 수락한 것이다. 처음에는 계약을 전제로 한 유사 연애로 시작하였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져 가는 두 사람 이었다. 어느 날, 가미야는 히노와 이야기하다가 히노의 병을 알게 되고,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아련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설렘\’이었다. 두 사람이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화에서, 풋풋하고 귀여움이 느껴졌다. 읽는 내가 다 괜스레 설레는 듯했다. 일본 연애 소설에는 한국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설렘이 있다. \’상냥함\’ 이라고 할까, 한번씩 오글거린다고 생각되어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따스함으로 가득 찼다. 꼭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들이킨 것 같았다. 그렇게 둥실둥실 떠오른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마지막에 다다를 수록 가슴이 너무 아팠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걸음의 종착점은, 이리도 슬프구나. 그래도 따스함이 있는 슬픔이었다. 이런 은은한 감동을 느껴본 게 얼마만 일까.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이 무척 오랜만인 것 같았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과하다면 오히려 저주로 여겨질 것이다. 어제의 나를, 내 옆의 사람을, 그 사람과 느꼈던 감정을, 그 사람과 있었던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굉장히 비극적이다. 매일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라 여겨질 정도다. 그런 힘든 과정을 히노는 해낸다. 또, 그것을 가미야와 친구 \’이즈미\’는 묵묵히 지켜봐주고 항상 곁을 지켜준다. 나는 그러한 삶을 버틸 수 있을 까, 또 그런 친구, 혹은 가족이 있다면 항상 곁을 지킬 수 있을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할 것도 같지만 그건 자만인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 관계를 중시하는 지도 모르니까.
기억은 잊혀진다. 어떤 기억은 정말 완전히 잊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여러 감각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때의 감촉, 향기, 맛 등은 어느새 우리 머리 한 편에 자리 잡아 익숙함이라는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기억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내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유한하다. 모든 것들에는 시작 점이 있고, 끝 맺음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유한함 앞에서 때론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등 삶에 대한 질문들이 가끔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나도 같은 연유로 몇 번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유한한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살아가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나는 이 책에서 찾은 것도 같다. 감각은,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유한하다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던 행동들이,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사랑의 형태로든, 미움의 형태로든. 그 영향력을 우리는 경시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우리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항상 고려하며 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삶의 이유와 직관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