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 샬롯 브론테는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과외 선생과 부자의 사랑이야기\’ 대신 \’제인 에어\’라는 제목을 택하였다. 전자가 저급하다고 생각했다면 \’고결한 사랑\’ 따위의 제목을 지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제목은 다름 아닌 \’제인 에어\’였다.
한 사람의 관점으로 기록된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다. 싸이코패스 주인공일지라도 어느 정도 연민하거나, 적어도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게는 된다. 책은 활자로 이루어진 등장인물의 삶이고, 누군가의 삶을 마음까지 통째로 들여다보는 건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현실 사람들에게선 찾을 수 없으며 과감하게 주어진 정보를 통해 주인공에게 공감하며 가상인물임에도 그에게 각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내 생각에 제인 에어는 그 주인공들 사이에서도 가장 애정할만한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책 제목은 괜히 제인 에어인 것이 아니다. 로체스터와 존을 어느 정도는 좋아할 수는 있어도 제인 에어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제인의 고결하고 청결한 면을 좋아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에도 여러 도움으로 곧바르게 자라난 마음을 대견하게 여긴다. 로체스터에게 진실한 마음을 쏟아낼 때는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옳은 결정을 내린 순간엔 제인에 대한 존중을 느낀다. 제인이 호감인 외모를 갖고 있지 않아도, 유복한 집안이 아니더라도, 활발한 성격이 아니여도 제인은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제인은 위선과는 가장 거리가 멀며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점들이 제인 에어에게서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장점이며 최고의 모습이다. 로체스터는 재미있고 그와의 로맨스는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책의 중심은 되지 못한다. 제인의 입에서 \’평등함\’을 꺼내고 제인의 장애물이 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로체스터는 제인의 여정을 돋보이게하는 태풍과도 같은 존재이다. 고지식한 존이나 악덕한 외숙모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가가 설치해 놓은 이러한 장치들은 모두 제인을 위한 것이다. 제인이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제인이 누구인지 배운다. 그렇게 알아낸 제인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위대하다. 그렇기에 책의 제목은 \’제인 에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