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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존 버거
출판사명
열화당
출판년도
2019-06-01
독서시작일
2021년 12월 04일
독서종료일
2021년 12월 07일
서평작성자
최*영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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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가? 미술관에서는 오디오 도슨트 또는 작품 해설을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역자는 그러한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작품의 시간대에 대한 배경과 이야기는 배제된 채 작품의 가치, 즉 유물적인 가치를 높여주는 증거들과 해석은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비평가들은 그림에 대하여 평할 때 ‘신비화’ 한다. 미학적 가치, 작가의 천재성, 형식, 구도, 취향 등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기준들은 미술 작품을 신비화하여 특권을 지닌 소수 지배 계급의 역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누드화는 대부분 여성을 관능적이고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한 누드화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이며 작품을 관람하는 이를 위하여, 정확히 작품을 관람하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위하여 그려지는 그림이다. 따라서 그림 속의 여성은 관객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채 벌거벗고 있는 것이다. 이 때 naked와 nude의 뜻이 명확해진다. 과거 여성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남성을 위해 그려진 누드화는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그릴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배경과 인격은 배제한 채 오직 성적 대상으로만 보이도록 그리고 있다. 심지어 그림 속 대상들은 관객의 욕망을 자극하도록 포즈를 취하고 있고, 표정을 짓고 있으며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존 버거는 누드화는 젠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화는 소수 기득권층의 지배 계급에게 자신이 축적한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래서 유화는 가시적 세계를 재현하는 일정한 관습이 되었다.

과거 유화는 지배 계급의 부를 과시하여 선망을 이끌어냈지만, 현대의 광고는 고객이 상품을 선망하도록 한다. 상품을 이용하는 광고 모델이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여 해당 상품을 구매하여 이용하면 고객 또한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유혹한다. ‘광고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광고가 약속하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판단되는 행복이다. 선망받는 행복이 곧 매력(glamour)인 것이다.’(p153)

존 버거는 이 책에서 그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안하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보기’란 비단 그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평범한 사물을 볼 때도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각자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편향은 세상에 대한 편협한 시각만을 보여준다. 미술의 영역 속에서 자본과 젠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제기되었듯이 편협적인 시각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해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져온 우리의 시각은 오랜 관습으로 인해 당위적인 시각으로 생각되지만, 과연 우리의 시각이 맞는 것일까?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관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이제껏 보아온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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