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가야 스에지는 순사였던 아버지에게 태어났지만 20대 때 조선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일제에게 잡힌 인물이다. 30대 때까지 비국민이라는 낙인 아래 식민지 감옥에서 지냈다. 그는 가혹한 일본 경찰의 모습 사이에서 인간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 휴머니즘과 인권의 문제에 대해 수차례 갈등하고 고민을 하고, 이후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나갔다. 그가 겪었던 당시의 상황과 그로 인해 전개했던 노동운동 및 다양한 활동들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이소가야 스에지는 조선의 독립과 한반도의 민주화·통일을 기원한 비국민, 즉 일본인 노동자였다. 당시 친일파도 같은 민족을 강압적으로 지배하였지만, 오히려 일본인 노동자인 그가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한 점은 신기하게 다가왔다. 대체로 일본 자국민은 군대 생활을 통해 국가와 그 절대 권력자인 천황이라는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을 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그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특별한 애국심이나 조선인에 대한 증오심을 전혀 갖지 않았다는 점과 오히려 역설적으로 억압된 공간에서의 생활을 통해 인간의 자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비료공장에 취직을 했지만, 참혹한 작업환경 속에서 조선인 노동자와 함께 노동운동을 전개한 점을 통해 무조건 당시의 일본인을 나쁘게만 바라보았던 시각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제국주의로 조선이 식민지가 되었지만, 이를 반대하여 항일을 전개했던 자국민도 있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적대시하는 배일은 삼가야 하고, 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이소가야는 끝까지 전향하지 않았고, 전향한 그의 동지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귀환 이후도 여전히 조선과 한국으로 갈라진 한반도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에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김일성 정권을 비판하는 등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을 평생 촉구하는 모습을 통해 위안부 및 전시 상황에서 저지른 행위를 모두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와 매우 비교가 되었다. 이처럼 빼앗긴 나를 되찾고 강압적으로 지배받는 민족을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던 조선인들과 그들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일본인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