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원미동 사람들’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학교 책에서의 ‘원미동 사람들’은 김포 상회, 형제 슈퍼 그 사이 싱싱 청과물의 대립하는 사건들만을 담고 있었고 지문을 읽을 때 그 안에 이뤄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과 사건 전개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모순’이란 책도 이와 같은 예전의 경험 때문에 읽기가 왠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읽어보니 나의 편견은 말끔히 없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주옥같은 문장과 문단들이 많아서 책을 읽다가도 한 부분을 여러 차례 읽어보며 곱 씹어 보는 행위를 많이하게 되었다. 책에서 직접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할 때 쓰다가도 생각에 잠겨 펜을 놓은 적이 많았다고 밣혔는데, 이런 행동이 읽는 사람이 느낄정도로 책에 베어 나오는 느낌이다. 책의 표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작가 양귀자는 전 생애를 걸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미한 사건들을 관찰하여 글로 기록하는 진정한 작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