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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 속 느끼지 못했던 것들
저자/역자
아르노 그륀
출판사명
더숲
출판년도
2018-01-03
독서시작일
2021년 11월 08일
독서종료일
2021년 11월 08일
서평작성자
정*이

Contents

빨간 표지에 <복종에 반대한다>라고 적혀있는 문구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우리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무비판적인 복종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이나 사고가 아니다. 사고를 하기 이전에 우리가 얼마나 복종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들의 문제점은 어린 시절 부모의 압제로부터 형성해온 하인근성부터 시작된다. 즉, 작가는 우리가 복종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복종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들로 책을 시작하며 한 구절을 삽입해 놓았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 어린 물고기 두 마리가 헤엄을 치고 가던 중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나이 든 물고기와 우연히 마주친다. 나이든 물고기는 두 어린 물고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아침이구나. 오늘 물은 어떤가?\”라고 묻는다. 두 어린 물고기는 계속 헤엄을 치며 간다. 그러다가 결국 한 물고기가 잠시 후 다른 물고기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물이 뭐야?\” 이 이야기는 내가 정말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어떤 구절보다 작가의 의견을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물고기는 늘 물에 사니까 물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듯이 우리도 늘 복종 속에 살고 있어, 복종이 어떠한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복종에 지배받고 있는지 모를 뿐이지 우리의 모든 삶이 복종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복종으로 인해 현대판 노예나 하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고 한다. 자신을 옥죄는 족쇄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우리가 하인 근성과 복종에서 벗어나려는 싸움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한다. 놀랍게도 인간은 위협과 공포를 느낄 때 위협을 가하는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가해자의 편에 서고 그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한다. 이 부분을 읽자 \’학교폭력\’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학교폭력이 다른 폭력보다 더 무섭고 해결하기 힘든 이유는 학교 폭력은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신고를 하거나 사건이 끝나고 난 뒤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 속에 있어야 하는 점이라고 하였는데, 같은 공간에 있기에 2차 가해가 일어나기 더 쉽고, 이를 당했던 피해자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가해자로 성장하기 쉽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었다. 또한 가해자들 중 많은 비율의 학생들이 자신도 똑같이 가정 폭력을 당했거나, 폭력에 시달렸을 경우가 높다고 하였다. 이 책에서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학대 아닌 학대를 받아왔고, 알게 모르게 복종하기를 강요받았기에 이 때문에 우리가 복종을 당연시하게 여기는 것이지 복종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까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는 인간은 위협과 공포를 느낄 때 위협을 가하는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였는데, 이 말이 정말 공감되었던 이유가 피해자가 나중에 가해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피해자 가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도 대부분 방관을 하거나 아니면 가해자의 편에 서기 때문이다. 그들도 물론 피해자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학교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고 그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한 자에게 붙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도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옹호하지 않더라도 절대 쉽게 피해자의 편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삶 속에서 행하고 있는 많은 복종들을, 그리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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