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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한 불쾌
저자/역자
정세랑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15-12-07
독서시작일
2021년 10월 19일
독서종료일
2021년 10월 21일
서평작성자
조*혜

Contents

<보건교사 안은영> 속 세계에서, ‘젤리’란 무엇일까?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 감정의 잔재, 대체와 애도가 불가한 우울과 욕망, 영적 존재….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은 젤리일지도 모른다.

작품은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구별 짓기’ 및 ‘보이지 않는 그물망’을 지적한다. 앞서 말한 것들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을 무시해도 세상은 변함없이 굴러가며, 막상 의식하면 갑갑한 기분만 든다. 나는 이것들 또한 젤리라고 생각한다.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물컹하고 불편한 젤리 말이다. 이것은 사전적 언어로 ‘부조리’라고도 한다. 부조리는 또 다른 부조리를 낳는다. 승권과 매켄지의 비행이 그러하다. 이 물컹함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보건교사 안은영은 ‘물컹한 불쾌’에게 거리낌 없이 손을 뻗는다. 불편하고 귀찮아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거대한 부조리를 낳으려는 HSP(안전한 행복)에게 저항하고, 혜민을 옭아맨 운명(옴잡이)의 고리를 끊는다. 마찬가지인 상황에 처해 있지만 체념하지 않고 비슷한 이를 돕는다. 혜민에게 느낀 동질감을 우울로만 남겨 두지 않고 주체적으로 해소한다. 그는 ‘오멜라스’의 아이를 모른 체하지도, 그곳을 떠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설령 그것이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더라도.

고통과 부조리를 묵인하여 유지하는 평화와 안녕은 위선이며 거짓이다. 완전무결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의 안은영과 홍인표가 되어야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나 대단한 히어로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시각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지 않아야 한다. 보이는 것, 그 이면에 있는 물컹함을 묵인하면 안 된다. 손을 뻗어야 한다. 건드리고 뽑고 방아쇠를 당겨 그것들을 퇴치해야 한다. 동시에, 나쁜 젤리 퇴치에 힘쓰는 또 다른 안은영과 손잡고(신체 접촉과 공조, 두 가지의 의미이다.) 함께 나아가야 한다. 소중한 그 무엇도 부스러지지 않도록.

또한, ‘일반’을 쉽게 규정하는 행위를 경계하고, 구별 짓기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별종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오염된 세계에 단호히 맞설 수 있는’ 친절을 겸비한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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