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기도 하다. 매분 매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입장에서 그것에 대한 공포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러한 공포는 나의 죽음에만 관여하지 않는다. 가족, 친구 등 소중한 것들의 죽음 또한 나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질 정도로 소중한 것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 행복이, 두려움에게 필요 이상으로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내 앞의 생을 직시하고 망설임 없이 사랑하여야 한다. 내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는 로자를 아가페적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번 로자의 외모를 추하다고 묘사했으며, 치매 증세를 보이는 로자를 두려워하고 끔찍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모모는 로자를 틀림없이 사랑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실하게 사랑했다. 친부를 만났을 때도 로자를 떠나지 않았고, 로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그의 임종을 지켰다.
앞서 기술한 문장에서도, 작품의 마지막 장에서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달콤하고 완전무결한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때로는 요동치기도 하고, 때로는 얼어붙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과 온도로 사랑하면 된다.
서로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시국이다.(코로나 19 대유행) 일상으로 여기던 이전의 삶과 건강하게 살아가는 순간 자체가 소중해진 요즈음, 처음 겪는 낯선 우울에 잠식되기도 쉽다. 이 우울을 진정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자기 앞의 생’을 직시해야 한다. 메마른 계절, 사람들이 여러 공백 뒤에 가려진 삶이라는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고, 소중한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껏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