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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을 창조한 광기
저자/역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명
열린책들
출판년도
2008-05-20
독서시작일
2021년 10월 30일
독서종료일
2021년 11월 03일
서평작성자
박*민

Contents

처음에 제목만 읽고서는 지금껏 읽어온 추리소설을 떠올리며 클리셰적인 내용을 예상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을 금치 못하다가 책을 덮으며 이 글을 쓰게 됐다. 이 책은 매 장면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리며 따라가다보니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섬세하고 독특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과 동화되게 한다. 그 덕에 나 역시 그루누이가 되어 함께 감정을 느끼고 공유했다.

배경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냄새가 지독하기로 유명한 중세 유럽이다. 흑사병이 유행한 당시 의사와 과학자들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 모공이 열리면 역병이 쉽게 침투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역병이 돌 때마다 “죽기 싫으면 목욕탕과 목욕을 피하시오”란 말이 나왔고, 18세기 초까지 유럽인들은 목욕과는 담을 쌓았다고 한다. 이렇게 온갖 고약한 냄새 속에서 주인공인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가 탄생했다.

그루누이는 후각이 예민하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한 번 맡은 향은 절대 잊지 않으며 그 향을 맡은 시간, 장소의 온도, 습도 등 모든 것을 기억한다. 즉 냄새로 사진을 찍고 머릿속에 앨범으로 저장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루누이에게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향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 향수는 일반적인 향수가 아니다. 이 책의 핵심이자 그루누이의 인생이 담긴 향수의 의미를 글에 담아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진 그루누이는 단 한 순간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성들의 향기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흔적에 더욱 집착했다. 그는 어머니를 너무나 그리워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 향을 쫓을 수 밖에 없었고, 사랑이라는 본능에 충실했기에 모성을 ‘창조’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여인의 향을 체취하는 장면이 있다. 그 여인의 향을 모두 취하자 그녀는 죽어버렸다. 하지만 얼마나 몰입을 했던지 그루누이가 살인을 저질렀지만 나에게도 황홀경이 느껴졌다. 그렇게 향수의 재료를 하나씩 찾을 때마다 쾌감이 들었으며 마침내 그의 인생을 쏟아부은 향수가 완성되었을 때는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점이 있다. 이 소설에서의 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이다. 향을 빼앗긴 사람이 죽는 걸로 봐서 향은 사람의 체취와 존재를 담고 있는 영혼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루누이에게는 아무 냄새가 없다. 그러니 그루누이는 온전한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은 점점 고조된다. 어머니의 사랑을 원했던 그루누이. 오직 본능에 따라 만들어진 향수는 어떻게 쓰였을까? 바로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감히 절제할 수 없을만큼.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그루누이는 남은 향수를 자신에게 뿌려서 극단적인 사랑 속으로 사라진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세상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광기로써 표현된 그루누이의 외로움이 잘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글을 통해 나의 인생소설을 당당히 소개한다. ‘사랑’을 일반적인 감정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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