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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에서 퇴색되어가는 나에 관하여
저자/역자
쉘 실버스타인
출판사명
시공주니어
출판년도
2001-03-10
독서시작일
2021년 10월 08일
독서종료일
2021년 10월 08일
서평작성자
오*다

Contents

저자인 쉘 실버스타인의 글을 모두 한 번쯤 읽어보았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며, 그래서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또한 10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읽고 있다.

어릴 적에는 그저 책 첫 장에 내 생일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 신기해서, 또 사자가 총을 쏜다는 것이, 사자가 마시멜로우를 먹고, 사자가 시가를 피운다는 기발한 창의력에 몇 번이고 책장을 넘겼다.

좀 크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사자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자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냈으며, 삶의 소중함과 나를 잃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사자는 호기심으로 잡았던 총으로 인해 정글을 떠나 사회로 나가게 되었고, 수많은 인기를 누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마시멜로우를 넘치도록 가득 가졌다. 사회 유명 인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였고, 수영과 다이빙, 그림과 골프 등을 즐기며 점차 사람처럼 변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자는 으르렁, 크흥 같은 이름에서 라프카디오라는 이름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자는 삶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 사회에 발을 딛였을 때 그토록 사랑했던 마시멜로우도, 엘리베이터 오르내리기를 수백 번 해보아도 삶의 환멸은 사라지지 않았고 급기야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라프카디오의 모습에 그의 친구는 정글로의 사냥을 추천하였고, 그렇게 떠나게 된 라프카디오는 그곳에서 예전에 동고동락했던 사자들을 만난다.

인간은 사자를 쏘라고, 사자는 인간을 쏘라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라프카디오는 그렇게 모두를 떠나 홀로 사라진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사자의 일생을 담은 책이 아니다. 우리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다. 마시멜로우는 인간 사회의 돈과 꼭 닮았다. 그토록 원했던, 그리고 많이 가졌던, 마지막으로 더 이상 원하지 않았던 오브제가 바로 마시멜로우가 아닐까?

또 책에서는 라프카디오가 점차 \’사람처럼 변한\’ 다고 한다. 이 사람은 무엇일까? 사회가 규정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여백을 만들어준다. 책에서 보여주는 사람은 사자들을 총으로 쏘는 사냥꾼, 인기 있는 사람에게 환호하는 사람들, 돈과 명예를 갈구하는 사람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명백히 긍정적인 측면을 말하지는 않는다.

라프카디오가 사회를 향유하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눈물과 함께 하는 말이 있다. \’다 갖추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이젠 돈도, 근사한 양복도 다 지긋지긋합니다. 쌀로 속을 채운 닭고기 요리도 진력이 났어요. 파티에 가서 차차차를 추는 것도, 그리고 버터밀크를 마시는 일도 이젠 정말 따분해졌어요. 오천 원짜리 시가를 피우는 것도 테니스를 치는 것도, 그리고 싸인을 해주는 일도, 이젠 모두 다 짜증스럽기만 하답니다!\’

비단 라프카디오처럼 화려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만 오는 갈등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도 사회 속에서 점차 나를 잃어가진 않는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저 부와 인기만을 좇는 인생을 살기에는 \’나\’가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아니던가.

이 책은 앞서 내가 언급했던, 두 가지의 고찰점 이외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러 번 읽을수록 생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이자 좋은 책이다. 감각적인 그림들 또한 많이 삽화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또 두껍지 않고, 비록 장편이지만 \’동화\’로 분류된 책이라는 점에서 전 연령이 독서 가능한 책이다. 약 11년 동안 내가 좋아했던 책으로, 해당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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