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이모가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또 비벼대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연애감정이었다.
저자/역자
은희경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4-01-15
독서시작일
2021년 09월 06일
독서종료일
2021년 09월 16일
서평작성자
김*희

Contents

1. 전체적인 감상

여성서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이질감이 들었다. 읽으면서 주인공이 꽤나 특별하단 생각은 했는데도 여성서사로의 연결점을 생각해내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봤다. 이유는 이제까지 봐온 여성서사와 결이 조금 다른 점이 있어서였던 듯하다.

주인공이 꽤나 당시 시대에 비해 여성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졌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기보다 관찰자와 같은 톤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점. 그리고 사실상 이야기의 전개가 주인공이 아닌 마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렇지만, 읽을 수록 이건 여성서사가 맞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남자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함에도 이 책이 여성서사인 이유는 여성들만이 알고 있는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진희가 어린아이임을 이용해 마을사람들의 약점을 쥐게 된 것처럼, 작가는 당시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여성의 삶의 면면을 어린아이를 관찰자로 택함으로써 당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에서 유쾌함을 끌어낸 게 아닐까 싶었다.

2. 공감갔던 장면

내면에 대한 솔직한 서술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것은 \’보여지는 나\’에 대한 서술이다. 감정을 느끼는 방법을 굳이 남들과 나눠본 적이 없어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찔릴만큼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분명 나는 울고있는데 내면의 나는 그걸 덤덤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적이 있다. 그땐 내가 삶을 연기하고 있는 것만 같았었다. 가끔씩 무의식적으로 나를 분리하는 게 느껴질 때 그것에 대한 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 주인공의 \’바라보는 자아\’가 나왔을 때 반갑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분리된 자아와 조금 연결점이 있다고 느낀 장면들은 슬픔에 빠진 나에 빠진 주인공과 사랑하는 나에 빠진 이모, 진짜 아들을 위해서 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고 있는 광진테라 아줌마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연애감정을 느낄 때도, 슬플 때도 내가 이 사람을 위해 울고 웃기보다도 그 상황을 사랑해서, 나의 상황이 아파서 우는 감정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감정일 것 같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사실은 많은 이들이 겪어봤을 감정이라 책을 보면서 \’아 이걸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고?\’ 싶었다. 그런 서늘한 솔직함이 책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3. 이해가 안되는 부분

주인공 특유의 통찰력으로 서술함에도 당시 시대상에 의한 빻음은 존재했다. \’갈보\’같은 혐오적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자주 나온다는 걸 예로 들 수 있을 것같다. 그렇지만 발매된 지 오래된 책이니 나의 경우는 충분히 감안하고 읽을 수 있었다. 이해가 너무 잘 돼서 힘든 부분은 있었는데 초등학생인 주인공의 비대한 자아…. 워낙 똑똑한 인물임에도 초등학생의 어쩔수없는 비대한 자아가 너무 부끄러웠다…………… 허석에 대한 서술이 나올 때마다….

4. 어떤 장면 혹은 부분에서 나의 선택

광진테라 아줌마가 가출하고 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부분.. 선택에 대해 토론하기 제일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둘째를 가졌다는 문장이 나올 땐 꽤 속상했다. 여러모로 엄마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과연 나였다면? 당연히 그 시대에서 자란 내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지는 절대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 선택할까 고민했다. 지금의 나라면 돌아가지 않았을테다. 사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딱히 큰 선택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떠오른 질문은, 사람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였다. 많은 앞 세대 여성들이 비슷한 루틴으로 집에 묶여있었고 그 역사를 봐오며 자랐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까우면서도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나의 결론은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정말 통찰력이 좋게 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환경에 의해 자라날 것이란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도 환경에 의한 제약과 통제를 받을테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상황을 가졌을 때 더 멀리, 객관적으로 바라볼테니까말이다. 사회는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바꾸어왔을 거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