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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저자/역자
로맹 가리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8-05-10
독서시작일
2021년 06월 09일
독서종료일
2021년 06월 22일
서평작성자
이*운

Contents

영화보다는 오히려 영화 평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상 깊은 평을 보면 나중에 이 영화 봐야겠다, 킵해놓았다가 시간 되면 목록들 중에서 골라보곤 한다. 영화 <자기 앞의 생>도 명대사 추천으로 알게 되었는데, 평을 보니 원작 소설이 더 좋다고 해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결말까지 한 줄로 요약해 보자면, 갈 곳 없는 창녀의 아이들을 맡아 길러주던 늙은 창녀 로자 아줌마가 마지막으로 키운 아이인 모모의 이야기이다. 속된 표현을 사용했는데 사회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존재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고, 빈민가 사람들로 뭉뚱그려져서 사람들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딱히 궁금해 하지 않는다. 로자 아줌마가 죽고 모모가 발견되었을 때 신문엔 양어머니의 시체 곁에서 며칠을 지낸 아이의 기사가 나는데, 이 둘의 이야기를 지켜본 독자로서는 간결한 삶의 요약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매순간의 희노애락이 점철되어 완성된 인생이, 사후엔 간결하게, 때로는 한 음절로도 표현된다.

모모는 자기 나이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모모가 써내려가는 자신의 이야기는 횡설수설하고, 나이도 오락가락한다. 했던 말을 까먹은 듯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모모의 삶은 감히 말하자면 기구한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회고하는 표현을 계속 씀으로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완전히 늙어버린 하멜 할아버지가 결국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잊어버린 것은 너무 잔인했다.

이 소설은 각자의 사연이 있는데도 빈민가 출신, 아랍인, 유태인, 금발의 부자 백인 등 겉으로 쉽게 단정 짓는 선입견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을 읽게 한 영화의 명대사는 영화에서만 나오는 대사로, 굳이 행복에 목매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인간의 삶에도 끝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들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지만 때로는 자기 앞의 생이 버거울 때가 있다. 운좋게 타고난 것만으로도 긴 생의 너무 많은 것이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그 생이 끝나면 여느 사람들처럼 쉽게 평가되겠지만 그 순간순간에는 뼈에 박혀버린 슬픔이 있었다.

  • 꿈은 오래되면 악몽으로 변한단다.

계속해서 사자 꿈을 꾸던 모모에게 로자 아줌마가 해 준 이야기다. 중의적으로 읽히는,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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