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사람의 해명으로 시작하여 그 사람의 반성으로 끝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은 할아버지, 강하, 곤, 여자. 배경은 이내호의 이내호. 곤의 아버지는 극심한 생활고로 곤과 함께 이내호로 몸을 던지며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곤은 아가미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죽지 않고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강하의 할아버지에 의해 새 삶을 얻게 된다.
할아버지와 강하. 이 둘은 참 닮았다. 섬세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다. 책을 읽으면서 강하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곤을 질투했고 곤을 귀찮아했고 곤을 때리고 괴롭혔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 강하는 누구보다 곤을 아꼈고 곤을 사랑했고 곤의 삶을 응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곤을 아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나는 책을 다 읽을 때가 돼서야 알게 되었다. 초반 어디에서 알 수 있었느냐. 처음 곤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
아가미 中
곤, 당신 이름 있잖아요, 그거 할아버지 아니고 강하가 지어준 거래요. 그렇게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단 한 글자 뿐인 이름을, 막상 자기가 붙여놓고 부르지도 못했대요.
그의 표면적 성격으로 봤을 때, 그는 비늘이 반짝거리고 목 밑에 아가미가 있는 곤을 봤을 때 펄쩍 뛰며 저 물고기 새끼는 신고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를 품었으며 어딜 가든 그가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강하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곤을 도망가게 했다. 마치 그 일이 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혼자 남겨진 강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을 짐덩이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에게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으러 떠난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곤의 흔적이 없게, 사고로 보일 수 있도록 수습했다. 그는 못난 어머니에 대한 약간의 애틋함이 들었을 것이며, 애틋함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자괴감을 느낄 것이며 목이 타는 듯한 쓴 씁쓸함을 삼켰을 것이다. 나를 버리고 갔으면 더 잘 살았어야지.
곤은 이런 이유로 할아버지와 강하를 떠나게 되었고 어떠한 신분도 없었기에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떠돌이 생활 중에도 그는 강하에게 자신이 지내고 있는 곳의 사진을 찍어보냈다, 강하는 그것이 곤이 보낸 사진임을 알고 그 후로도 휴대폰 번호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강하와 할아버지가 죽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여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지셨고 강하는 할아버지를 돌보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비가 너무 많이 오게 되면서 대피하지 못한 둘은 시체도 찾지 못하게 된 채로 떠났다. 곤과 강하는 서로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는 안부만을 전한 채 결국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둘 다 살아있었다고 해도 만나지 않았을 거지만 누군가 숨져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끝까지 그들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용서해달라던 그 여자의 태도가 인상 깊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목하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은 가족이 아이들의 방학숙제 때문에 휴가를 왔지만 서로에게 불만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곤은 물에 떠내려간 여자아이의 슬리퍼와 튜브를 찾아준다. 그리고는 중요한 사람의 시체를 찾는다고 말한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서도 잊으 수 없는 강하의 시체를 찾는 곤의 모습에 씁쓸함과 덤덤한이 공존하여 더 슬프다. \”이럴 거면 살아있을 때 강하를 찾아갔어야지\”라는 말은 그에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말해주고 싶다. 그가 하는 일은 다 잘하고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