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책을
읽기 전 제목으로부터 오는 어렵고 딱딱하고 두려울 수 있으나, 막상 읽어 보니 어렵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어가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막스 베버의 위대함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막스 베버는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사상가로 손꼽히고 이유는 그가
법률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문적이고 사상적인 업적을 쌓았다는 데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 과학의 방법론을
새롭게 정립했기 때문입니다. 베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 즉 20세기가 지닌 성격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의 사회적ㆍ경제적, 그리고
종교적ㆍ사상적 흐름과 특징이 무엇인지 파헤침으로써 인류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윤곽을 그려 보려는 열망을 보았습니다. 베버는 가치
중심적인 학문 방법이 역사적ㆍ사회적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았고 구체적인 사회 현상과 역사적 사실로부터 이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학문의 가치중립, 특히 사회 과학의 ‘가치로부터의 자유’, 즉 몰가치성을 강력하게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베버는
자신의 이런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근거로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트 정신이 어떻게 물질적인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을
추진한 원동력이 되었는가를 입증함으로써 경제가 정신과 문화를 이끌어 낸다는 학계의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일반적인 원칙과 보편적인 개념을
이끌어 내는 사회 과학 방법론을 제기함으로써 베버는 아직 일반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분화되지 않았던 사회학을 창시한 사상가로 그 학문적
업적을 높이 평가받게 됩니다. 이 책은 여러 비판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중요한 사상서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다루었던 많은 개념과 이념형, 그리고 분석의 틀을
뛰어넘어 그것을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학문적 업적을 내놓은 학자도, 그리고 아직은 그것을 시도한 학자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은 자본주의의 발생을 사람들이 갖는 ‘특수한 태도’라는 점에서 연구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칼뱅주의에 대해서 말할 때는
‘불안’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까지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구 자본주의를 일종의 ‘도덕’에 기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라고 하면 단지 탐욕에 의한 부의 축적만을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대비됩니다. 이것의 연원을 프로테스탄티즘에서 찾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한 것 같습니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제도의 발생을 일종의 태도나 정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느냐는 쟁점을 제기합니다. 물론, 그는 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적 ‘정신’을 탐구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겠죠. ‘서구의
자본주의’가 ‘서구에 특수한’ 것은 당연합니다. 확실히 베버는 서구의 자본주의 정신을 다룬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현대적인
의미의 자본주의와 모호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경제 체제를 ‘중국의 자본주의’라고 불러도 상관없겠죠. 베버가
생각하는 ‘자본주의 일반’의 성격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일반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구 자본주의는 다양한 자본주의의 한 분파가 되겠죠. (서구인이 서구를 탐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서구의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일반을 동일시한다면, 베버가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을 갖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할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발생과 이후의 진행
상황이 갖는 모순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합리적 태도에 대한 베버의 태도에 기원을 두고 있죠. 합리화 과정의 모순만큼이나
베버의 태도도 모순적입니다. 베버는 결코 자본주의적 합리화에 대해 인간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어리숙한 낭만주의자는 아니지만, 동시에
합리화가 거대한 진보를 가져다주리라고 믿는 대책없는 낙관주의자도 아니죠. 이 글에서는 그의 태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화에
대한 베버의 입장이 어떤 식으로 구현되고 있는가를 파악해 보는 것도 글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베버의 생애를 자세히
살피고 그가 남긴 여러 저서를 통해 베버의 사상과 학문적 성과를 살 나와서 있어서 너무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