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답을 주지 않는 책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저서이다. 이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주고 있지는 않다. 다만 끊임없이 본인을 관찰하는 과정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인식해야한다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 혹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진로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지 고민에 잠겨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 관찰과 질문은 성장의 지름길
끊임없이 본인을 관찰하는 과정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인식해야한다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느낀 근거는 다음과 같다. 몇 년간 대화가 없다가 교회에서 다시 만나게 된 데미안에게 싱클레어는 이런 말을 듣는다. “소망이 나 자신 속에 잘 놓여 있고, 진실로 나의 존재가 그 소망으로 충만되어 있을 때만이 그것을 실행할 수 있고 충분하고 강하게 원할 수 있어.” 기회가 온다면 노력한 자만이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믿고 나의 몸이 믿고 나의 모든 기운들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바란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일말의 의심이 싹트게 된다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깊은 한 구석에 품고 있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다. 내가 복권 당첨을 그토록 원한다고 해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유는 ‘확률이 이렇게 낮은데 설마 당첨이 되겠어? 되기 어렵지.’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현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거들을 이루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본인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관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를 인식해야 한다.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자기실현과 개인화 과정에서 의식되는 ‘자아’를 인식할 수 있다. 또 정리되지 않은 방과 같은 무질서한 무의식의 세계인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다. 의식되는 자아도 성장을 위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내면에 잠재되어 알아채기 힘든 무의식 속의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가 의식하는 자아와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를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고 불편할 수 있다. 더군닺나 나 자신이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관찰을 하고 있다는 근거이다. 내 자신이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마음의 그래프는 요동을 치고 점점 상승을 이루는 성장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느낀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책 속에서 종교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데미안이 카인과 아벨에 대해서 비판적인 해석을 했던 것처럼 골고다 언덕의 도둑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게 하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것들은 평온했던 기존의 세계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기회가 되낟. 그러면 현재 내가 생각하는 것과 타인이 생각하는 것이 어떤 점에 있어서 다른지 비교할 수 있다. 어느 생각이 더 설득력 잇는지 스스로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되짚어볼 수 있다. 나 또한 새로운 견해들을 마주하며 나의 생각은 정확하게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지문하며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적으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올은가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데미안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고 말한다. 어떤 행동을 했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거 ㄴ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는 아니다. 존중받지 못할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이 곧 존중받을 행동이다. 법망을 피해나가려고 하는 존재나 한 사람의 인생을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안하무인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존중해주는 것은 잘못된 삶의 방향을 인정해주는 것과 같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3.소리 내어 나를 알기
처음 데미안을 접하게 되면 봅잡한 문장구조와 낯선 단어들과 조금은 난잡한 번역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음독을 하면서 읽는데도 소리 내어 글자만 읽고 머릿속으로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내 목소리나 발음, 발성에 신경 쓰지 않고 문장의 의미에 집중해서 천천히 머릿속에 새기며 이해해갔다. 그렇게 읽으니 어렵고 과하기만 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서슴없이 거창한 표현을 쓰는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음독의 힘을 빌려 데미안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한 사소한 것부터 궁금해 하고 관찰하고 살펴보며 친해진다면, 이 과정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그렇게 모순덩어리인 나를 인정하게 되면 모순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면서 나의 모양을 직접 다듬어갈 수 이싿. 그리고 스스로에게 인터뷰를 하듯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도 즐거워진다. 나의 호불호와 내 미래를 지금보다 뚜렷하게 하고 싶은 분들, 자아성찰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인생의 해답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대신 데미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