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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싱클레어이다.
Book name
저자/역자
Hesse, Hermann
출판사명
시사영어사 1987
출판년도
1987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9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9일
서평작성자
강*지

Contents

제목 : 우리 모두는 싱클레어이다.

서론: 데미안과 싱클레어,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너는 네 안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럼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니?”

데미안이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싱클레어에게 건넨 말이다. 이와 동시에 이 책을 읽고 있는 수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말이다. 더불어 책을 가장 완벽히 설명하고 완벽히 요약해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만남은 무서울 정도로 신기하다. 전학을 온 데미안은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데미안이 먼저 손을 내민 상대가 바로 싱클레어이다. 당시 싱클레어는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등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며 죄책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찰나였다. 그렇게 운명과도 같은 시기에 둘이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놀라울 만큼 어른스러웠고 놀라울 만큼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런 데미안은 늘 싱클레어의 곁을 지켰으며 누구보다도 큰 도움을 주었다. 싱클레어가 난생 처음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도, 난생 처음 본인을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혔을 때에도, 난생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에도.

독자들로 하여금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 책을 읽고 머릿속에 많은 생각과 질문들이 오갔다.

과연 나에게 도움을 줄 데미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데미안과 같은 사람이 실제로도 존재할까? 나는 누군가에게 데미안과 같은 사람이 되어주었는가?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의 질문을 써내려가던 중, 문득 질문들의 공통점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철저히 데미안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수만 가지의 질문 중 싱클레어에 관련된 질문은 없었다. 철저히 데미안을 위주로 질문을 던지기 급급했고 싱클레어는 그저 데미안의 도움을 받는 한 아이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다. 어쩌면 싱클레어와 우리들의 모습이 비슷했기에 더욱 데미안에게만 초점을 두고 그에게 의지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론: 화려한 막이 지고 난 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두 싱클레어의 입장이다.

불안정한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로 인해 자아를 찾고자 하는 싱클레어 말이다. 어쩌면 작가 역시 철저히 완벽한 데미안을 위주로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데미안이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세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도움을 준다. 어려운 일을 겪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나 해결해준다던지,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해준다던지, 처음 겪는 사랑을 응원한다던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싱클레어 세상의 전부이던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떠나고 만다. 데미안이 떠난 후, 싱클레어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책은 끝이 난다. 싱클레어는 스스로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 새처럼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전부이다. 싱클레어가 무엇을 깨닫게 된 것인지, 어떻게 성장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일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것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싱클레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우리 스스로에게 맡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우리가 데미안에게 의존하게 된 이유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막이 지고 난 뒤 홀로 남은 엑스트라. 데미안이 떠난 후 남겨진 싱클레어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여기서 화려한 막은 당연히 데미안을, 홀로 남은 엑스트라는 싱클레어를 뜻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싱클레어는 나름대로 성장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것이 책에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고를 치고 반항을 하는 모습들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데미안은 마치 싱클레어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비춰졌다.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다. 데미안은 마치 백마 탄 왕자님 같았다. 흠 하나 없고 필요한 순간에 극적으로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왕자님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왕자님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라는 생각보단 나에게도 저런 왕자님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저 데미안 같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에게만 의존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되었다.

결론: 우리는 능동적인 싱클레어가 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성장을 한 것은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 싱클레어의 본인 스스로의 의지였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을 통해 자아를 찾고,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 새처럼 태어나려는 한 세계를 깨뜨리게 된다. 나는 처음에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고 온전한 본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데미안의 도움 때문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데미안의 도움을 받기 전의 싱클레어는 친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거짓말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좋지 않은 모습들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싱클레어가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데미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물론 데미안이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싱클레어는 본인이 스스로를 깨닫고 반성했기 때문에, 즉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난 것도 대단한 우연이며 싱클레어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데미안과 같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 말인즉슨, 데미안과 같은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자아, 즉 본인을 이해하고 진정한 본인을 찾기 위해서는 데미안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싱클레어는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좌절을 맛본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싱클레어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책을 읽으며 데미안에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책 제목이 데미안이기 때문에 데미안이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데미안이 떠남과 동시에 끝나버린 책을 보고 데미안이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접어두길 바란다.

이 책은 철저히 싱클레어를 위한 책이다.

또 이 책을 읽는 수많은 싱클레어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 부디 마냥 데미안을 기다리지는 말자. 우리는 능동적인 싱클레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되기 위해 스스로와 투쟁하여야 한다. 자아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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