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은 보통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형체들, 즉 젤리들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현실에서는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을 들고 다니는 이상한 괴짜 보건 선생이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과 맞서 싸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안 안은영은 때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불평을 하곤 하지만 이내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 책의 중순쯤 가면 원어민 교사 ‘매켄지‘ 가 등장하는데 그는 안은영과 같이 이러한 젤리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은영과 달리 젤리들을 수집해서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파는 식으로 돈을 번다. 그는 무작정 젤리를 잡아 없애는 안은영을 보며 “돈 되는 일을 하라.”라는 충고를 한다. 안은영도 그런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다.그녀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금전적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안 좋은 일에 쓰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돈을 버는 대신 사람들을 구하는 쪽을 선택한다.
왜 그녀는 돈 대신 친절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아마 그녀가 살아오면서 받았던 작은 친절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은영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었다. 사람들은 항상 그녀의 곁에 가기를 꺼려 했었고, 그녀와 친해지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강선‘이라는 소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곁을 내준 인물이었고,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정의로운 일에 이용하게 만들어준 인물이었다. 만약 그가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기 자신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사람은 조그마한 친절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자신이 곤란에 처했을 때 타인이 뻗어주는 손길 하나로도 당사자는 큰 힘을 얻는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들에게 친절을 베푼다. 저 멀리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기다려 주고, 건물을 들락일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나는 우리가 이런 친절을 베풀게 된 것은 누군가 나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친절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누군가를 위해, 나를 위해 자그마한 친절을 베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