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지각색의 사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억울한 일에 휘말렸지만 힘이 없어 권력 있는 자들 대신 벼랑 끝에 몰린 사람,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받는 부당함에 지쳐 포기해버린 사람 등의 아픔을 그려냄으로써 당시 국민들과 우리가 흔히 지성인이라 일컫는 검찰과 판사의 편협한 인식과 편견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무죄를 이끌어 냈다는 사실을 넘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했던 그 당시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며 우리의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박상규 기자가 <오마이뉴스> 사표를 내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서술하다 이후 운명처럼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환상의 짝꿍 궁합을 보여주게 된다. 기자 박상규와 변호사 박준영의 만남은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가기 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일화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 생동감 있는 전개에 독자들은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삼례 나라슈퍼 3인도 강도 치사 사건’은 형사들이 당시 18세에서 20세의 청년 3명을 ‘가짜 3인조’로 만든 사건이다. 특히 이 중 2명은 지적장애이었다. 글을 제대로 읽고 쓸 수조차 없었다. 그들은 경찰이 시킨 대로 진술서를 그려야 했고, 잦은 폭력을 감내해야 했다. ‘진범 3인조’가 나타났음에도 경찰은 그들의 잘못된 판단을 감추고자 ‘가짜 3인조’를 더 몰아붙였다. 경찰은 이들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악용했다. 사회적 약자를 밟고 서서 그들의 권위만을 챙겼다. 그들이 ‘가짜 가해자 3인’을 만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죄 없는 3명의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다.
그 당시 “법은 약자에겐 강했고 강자에겐 관대했다”라는 말처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가 최소한의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겉 포장만 새롭게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회적 약자’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을 향한 편견을 버리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우린 진심으로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개선되는 정책에 발맞춰 공감하는 선량한 시민인 척을 하고 싶은 것일까?
경찰도 판사도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이 책은 이런 사회에서 미래를 이끌어간 청년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책을 통해 진심으로 공감하려는 자세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들은 나에게 한 단계 더 성숙해 가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