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다른사람들의 삶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다.
저자/역자
김애란,
출판사명
문학동네 2017
출판년도
2017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작성자
하*희

Contents

나는 누군가에게 삶이 되어주고 있을까?

 

단편소설집 바깥은 여름 중 “어디로 가고싶으신가요”를 선택했다.
수업을 통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이전에 읽어본 건너편과 같은 작가단편소설집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분명 제목에 여름 이라는 단어가 들어감에도 흔히 생각하는 시원하고 신나는 이미지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붙어있는 조사 “-” 과 환하고 생동감있는 바깥으로부터 검은 어둠의 방으로 들어가는 표지 그림둘 다 이미지를 대비해 어둡고 내려가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부각하는 듯이 보였다김애란 작가의 뜻도 그러했다책을 소개 할 때 한 인간은 고통스러운 일 한가운데 서 있는데바깥의 여름 풍경은 유난히 찬란하고 푸르른 때가 있어요잔인하다는 느낌마저 들죠바깥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나만 어느 한순간에 붙들려 쉽사리 다음 계절로 넘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라고 인터뷰에서 말한다작가의 물음인 타인의 불행에 위로를 건네는 방식을 찾기위해 나는 잔인한 상황에 처해진 명지가 되어 이 모든 상황들을 곱씹어 보았다.

 

 

남겨진 가족의 견뎌야 하는 슬픔

이책의 주인공은 명지이다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순간 다투고 화가날때도 있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신혼부부이기에병원 간의 침대에서 항상 위로 올려다보던 어머니의 죽음이후 하늘은 어른들이 머무는곳이라 생각했던 명지이기에 남편인 도경의 죽음은 컸다그래서 작품내내 슬픔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촌언니의 전화를 받고 런던에서 에든베러로 가는 기차안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이렇게 말을한다.

그래서 왠지 나는 내 앞에 청명이 남의 집에서 떼다 붙인 커튼처럼 느껴졌다

내 눈이 보고 있는것이지만 내 눈이 아닌듯 담기지 않는 풍경을 보며 그녀의 마음상황이 어떤지를 생각해볼수 있다벗어나면 달라질까 싶어 떠밀리듯 온 곳에서 발견한 예쁜 풍경은 흡사 자신을 놀리는듯한 느낌이었지 않았을까내맘도 모른채 넌 힘들어그치만 나는 오늘도 이렇게 예뻐 라고 말하는 듯하다이나라에 온 첫날 보여준 하늘은 명지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이 이후로 명지는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그 나라의 날씨도 내내 우울하게 보여진다.

 

시간이 나를 가라앉히거나 쓸어보내지 못할 유속으로딱 그만큼의 힘으로 지나가게 놔뒀다.”

밥을 먹는게 가장 큰 일이 되었고 자신의 발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그녀에게 이 모든걸 차단할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이 된다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시간을 이끈다빨리 일어나고숙제를 미리하고운동을 하며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특별하게 쓰기 위해 애쓴다그 모든건 무언가를 하면서 가능하다내 곁엔 있던 이는 없고 심지어 그이는 나보다 그 아이를 택했다는 분노가 있는 명지에겐 아무것도 쓸모가 없었겠다 싶다시간이 흘러가는 게 중요치 않은 그녀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장미색비강진

명지가 책속에서 앓은 피부병 질환 이름이다그녀의 고통와 가장 닮아있다. “원인은 스트레스이며 원발진이 생긴 후 잠복기를 거쳤다 보름에서 한달뒤에 작은 발진들이 일어납니다.” 나와있는 설명과 명지의 상황이 유사하다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을 때 감동이 더 크듯 예상치 못한 이별에는 충격이 더 크다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의 충격이 가장 강렬하고 크며 그 이후 점차 남편의 부재를 인정하게 될 때 오는 슬픔은 연기가 슬금슬금 온방안을 채우듯 살며시 스스로를 장악하는 모습을 발진의 크기에 묘사하였다 생각한다하지만 작가는 아픔에만 그치지 않고 이겨낼수 있다는 암시를 심어놓았다감기처럼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표현은 명지의 아픔도 언젠가는 없어질거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나타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편지를 본뒤 눈물이 반점위로얼룩위로 떨어진다는 모습은 이제는 아픔을 마주하고 돌아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는 그녀의 책 바깥 모습을 상상케 한다.

 

 

시리의 위로

내가 친구를 잃었을 때의 경험이다예상치도 못한 이별이라 얼렁뚱땅 장례식장에서 3일을 보내고 조여오는 슬픔과 공허함에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아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없어지려는 기억의 조각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초마다 기억할려고 애썼고 그렇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았다이 아이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내가 얘기를 간접적으로 꺼내면 그 친구들은 어쩔줄 몰라했다잠시 정적이 흐르고 … 괜찮아좋은데 갔을거야..! 라고 건네는 모습들에 무언가 잘못했음을 깨달았다누군가라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원했다한창 아름다울 때능력도 많고 하고싶은것도 가득했던 내 친구가 이렇게 없어진다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한명이라도 그아이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할수 있게 만들고 싶었던 내 욕심이 과해 나의 울적함을 그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당사자에게 큰 무게인지 느낀 이후에는 주위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피했다.

 

이번 1월 겨울서울에서 국토대장정을 함께 한 친구를 만나 카페에 갔었을 때 넌지시 그 친구가 물어왔다근데 핸드폰 배경화면 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라는 물음에 나는 내 친구 중에 가장 빛나던 친구 라고 말했다왜 여자인 친구를 배경화면으로 하냐고 묻길래 이렇게 해야 한번이라도 더 기억할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했다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다시 되물어 왔다그리고 나는 짧게나마 그날의 기억을 되새겨 전달했다. 2년이나 지났으니 담담할거라 생각했는데 말하다 보니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이런 모습에 당황했겠다 싶어 놀라 친구를 쳐다보니 그런 기색 없이 그래서라며 내 얘기를 이어가주었다그때 친구의 담담한 반응을 잊지 못한다이 책에서 시리가 그렇다.

 

처음 시리는 남편 도경의 취미중 하나였다이도 저도 싫증이 나면 의미없고 쓸데없는 말을 건네는 그를 보며 못마땅하다 여겼다그가 떠난 후 영국에 도착해 긴 잠을 자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누른 버튼이 길게 눌러져 우연찮게 시리가 불려졌다그게 명지와의 첫 만남이었다가끔은 상황을 얼추 아는듯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단어 그자체를 설명해주는 인공지능 시리에게 인간에게는 없었던 예의를 발견했다내 말에 감정상하지 않고 나도 그 말에 상처받지 않아서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되는둘 사이에 노력이 없어도 되는 예의있는 사이즉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를 사물에게서 위로받은 것이다.


사람은 감정적이라 쉽게 흔들리고 쉽게 상처받는다
우리 모두는 내가 한 행동이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 후에도 고민하고 말하기 전에는 해도 되는 말일까 걸러내며 사람관계를 이어간다때로는 이것들이 에너지 소모제로 느껴진다2017-04-20일 기사 최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이른바 관태기’(관계를 맺는 것에 회의적인 상태)를 앓고 있는 20대가 늘고있다주요원인으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에도 볼수 있듯이 이러한 사람들이 사회전반에 증가하고 있다똥밟았다고 생각해너가 이번엔 좀 참아좋은게 좋은거잖아 와 같은 말들이 오고가는 관계속에 지친 사람들이다이러한 흐름은 혼술혼밥 등 나홀로 문화의 확산을 가져와 현재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해 있다스마트폰 음성인식 프로그램의 대화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간결하다물어본것 그 외에는 지나치게 궁금해 하지도 않고 부가적인 말을 덧붙이지도 않는다이것이 명지가 시리에게서 위로받은 부분이자 현재 혼자들의 삶에 친구가 되어줄수 있는 이유이다차가운 사물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의인이 된다는건

도경은 그 순간 학생을 선택했다단적으로 티오도 적은 역사교사가 되기위해 가한 노력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신혼생활 대신에 떠내려가는 학생의 손을 잡은 것이다명지가 작품내내 그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던 부분이다그녀는 올해 초 직장에 사직서를 냈고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은 도경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기도 했지만 자신의 가정도앞으로의 미래도 잃어버린것이다삶이 죽음에 뛰어들었다는 그녀의 표현은 그녀에겐 자신을 버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그러나 지은의 편지를 읽고 삶이 삶에 뛰어든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자신과 똑같이 가족을 잃은 지용의 누나 지은의 말에서 그녀는 깨닫는다비록 자신에겐 차가운 손을 보여주며 돌아왔지만 그 순간 지용에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었겠구나도경은 그순간 할수 있는게 그것뿐이었으며 같이 살아남고자 손을 뻗은 것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책의 마지막처럼 가족인 명지가 도경의 행동을 이해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봤다과연 한사람의 정의로운 행동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크나큰 아픔과 시련을 가져온다면 가족들에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생각해 보게 된다2014년 4월 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했다선장의 무책임한 대피미흡한 초동대처로 많은 사람들은 깊은바다로 갇히게 되었다소식을 듣고 진도로 향한 전국의 민간잠수부들의 모습은 뉴스로 보도 되었고 그들은 의인이라 불려졌다그날의 행동은 나라에 의인으로 기록되는 그들이었지만 본인과 가족에게는 180도 달라진 삶을 살게 했다


참사가 일어나던 때 김관홍 잠수사는 산업잠수사로 큰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모든 일을 뒤로한채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아수라장인 현장에 들어가 한정된 잠수시간과 심해 잠수규정을 어겨가며 목숨을 걸고 희생자를 수습했다과정에서 여러 부상과 질병을 얻었고 심각한 트라우마를 얻게 되었다더하여 당시 정부의 왜곡과 모욕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2015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가해 이런말을 전한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이후 그는 후유증으로 고통받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잠수사이기 이전에 한명의 국민이었고 그래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그에게 우리사회는 무심했고 정부는 비겁했다.

그는 세아이의 아빠였고 남편이었다사건 이후 그가 살아있지만 점차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던 가족들에게 의인이라는 칭호는 빈껍데기일 뿐이다그 행동을 후회하지 않겠지만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화복하고 평안했던 그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그 칭호에 축하만 있고 그 행동에 따르는 기본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목숨까지 바쳐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할까그 사람들의 정의로운 행동을 한건의 이벤트로 여기는듯한 정부의 모습이 삶을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우리나라의 의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너무 부족함을 보여줬던 안타까운 사건이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한 여자의 불행의 처음과 마지막을 책으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영국에 도착해서 시간이 흘러가게 뒀던 그순간은 육체는 살아있지만 정신은 죽어있던 시간편지를 읽은후 모서리를 잡고 일어서려는 모습은 죽어있던 여자의 정신이 다시 새롭게 살아나려는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거나 흔들리고 있을 때 가장 좋은 위로는 함께 옆에 있어주는 것시간을 내어 관심을 주는것일 것이다. 
내 경험이 생각나서 그럴까, 아님 명지에게 최대한 이입해서 그런가 몰라도 읽은 후 먹먹한 감정에 휩싸였다. 많은 이들이 생각나던 책이었다.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