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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니깐 잘려도 되는 걸까?
저자/역자
장강명,
출판사명
아시아 2015
출판년도
2015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작성자
강*영

Contents

 

최근에 한 항공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멈춰달라고 시위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았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쉽게 해고 되고,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되었다. 기성세대들은 흔히 아프니깐 청춘이다.”라고 말하며, 많은 청년들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현실을 정당화한다.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니깐 쉽게 해고 되고, 주어진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 안 해줘도 되는 것일까? 장강명 작가의 알바생 자르기라는 소설 제목을 보자, 아픈 우리 사회를 잘 드러내는 말인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알바생 자르기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과 사회적 약자의 현실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나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서로 다른 입장에 놓여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잘 보여준, ‘은영

 

외국계 회사 과장인 은영과 사장은 알바생 혜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은영이 바라보기에 혜미는 늘 뚱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반갑게 대접하지 않으며, 업무시간에는 다른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혜미는 지하철이 멈춰서 지각하였다 말하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은영은 혜미가 일하기 싫어서 거짓말하고 꾀를 피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침내 사장과 은영은 혜미를 자르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혜미는 퇴직금, 합의금 등을 요구하고, 은영은 혜미가 계산적이고 악독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은영은 경력증명서를 요구하는 혜미에게,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니?” (p.171) 라고 말한다. 과연 혜미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그랬던 걸까? 사실 혜미는 다리가 정말 아팠고, 꾀병을 피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혜미는 돈이 필요하였고,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회사에 요구한 것이었다. 해고 순간, “결국 싹싹하게 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네요.” (p.163) 라는 혜미의 말이 인상 깊었다. 혜미가 사실을 말하고 잘하려고 노력하여도, 은영은 편견에 갇혀 혜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손님들을 싹싹하게 맞이하고 커피를 내놓는 것이, 정말로 혜미가 해야 하는 일일까? 혜미가 요구한 서면 통보, 퇴직금, 경력증명서가 부당한 것일까? 왜 혜미는 싹싹하게 굴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면서 눈치를 봐야 할까? 나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세대의 불행을 그들의 노력이 부족한 탓, 더 성실하거나 싹싹하지 못한 탓, 영악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쉽다.라는 말이 공감되었다. 은영의 입장에서 항상 잘못은 혜미의 탓이었다. 이러한 은영의 모습은, 우리 사회 기성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의 갈등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회적약자의 현실을 잘 보여준, ‘혜미

 

한 달에 백오십오만 원 받습니다.” (p.154) 라는 은영의 말이 인상 깊었다. 혜미가 한 달 동안 사무보조 일을 하면서 받는 돈인 백오십오 만원은, 연봉이 삼억 원인 사장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은 돈이었다. 심지어는 회사 전체 회식비보다 적었다. 비록 백오십오만 원으로 밀린 학자금 대출을 갚고 다친 발목을 수술하기에는 적은 돈이지만, 혜미에게는 소중한 돈이었다. 혜미는 4대 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은영에게 돈을 요구한다. 은영인 오백 미만으로 달라고 하면 자신이 해결하고, 오백 넘게 달라고 하면 사장님한테 말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혜미가 요구한 돈은 오백만 원도 아닌 천만 원도 아닌, 단돈 백오십만 원 이었다. 은영은 백오십오만 원을 가볍게 여기고 본인이 해결하기로 선택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여자아이는 가방에 손을 넣어 봉투를 확인했다. 봉투를 땅에 떨어트리고 돈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겁이 났다.” (p.172) 라는 마지막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사장의 한 달 원급보다 전체 회식비보다 적은 백오십만 원은, 혜미의 한 달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금액이었다. 여전히 혜미는 발목이 아팠고,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다. 이러한 혜미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해고를 당한 혜미는 당장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운 사회에서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픈 몸으로 힘들게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터야 할 것이다. 월급 백오십오만 원으로 혜미는 월세도 내야 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발목 치료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혜미의 모습은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많은 청년은 약 이천만 원의 연봉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혜미의 모습은, 적은 월급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늘 해고의 불안함에 시달리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이 아닐까?

 

나를 되돌아보다

 

알바생 자르기는 독자의 고정관념과 태도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은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여, 독자가 은영의 입장에 동조하고 혜미를 비난하게 한다. 실제로 은영의 시선을 따라 읽으면서, 은영을 이해하고 혜미를 비난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나는 붙임성이 너무 없네.”, “아프다는 것도 거짓말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어느 순간 혜미를 의심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편견에 갇혀, 혜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알바생 자르기를 읽으며, 나의 편견에 대해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과거에 어떤 친구와 친해지기 전, 그 친구의 얼굴을 보고 성격을 판단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친해지고 난 후, 그 친구는 나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그 이후로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이번에 여전히 나의 내면에 편견이 남아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의 내면의 편견을 되돌아보길 바라며, 일부러 은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알바생 자르기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드러내고, 독자에게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은영과 혜미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더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나는 미래에 고용주가 노동자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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