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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책
저자/역자
조창인
출판사명
밝은세상 2000
출판년도
2000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작성자
김*정

Contents

  누군가 나에게 인생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언제 읽어도 재미있어서 제일 많이 읽은 책도 있었고, 나에게 크게 자리 잡고 있던 가치관을 바꾸게 한 책도 있었고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었을 때 그 고민을 해결해 주었던 책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인생 책으로 지금까지 읽은 중 가장 감동적이고 눈물을 훔치게 했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조창인 소설가의 <가시고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 정다움과 아이를 살리려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이야기한 책이다. 가시고기는 알을 낳으면, 엄마 가시고기는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아빠 가시고기만 남아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와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지켜내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아빠 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리고 결국 아빠 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된다고 한다.

  책의 줄거리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의 꿈을 찾아 프랑스로 가버린 엄마, 그리고 남겨진 것은 아픈 다움이와 아빠 둘 뿐이다. 심지어 다움이의 2차 재발과 항암치료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다움이는 쓰러져 버리기까지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자, 마지막 수단으로 아빠는 장기 적출을 하여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검사 도중 간암말기 선고를 받는다. 결국 그는 한쪽 눈을 팔고 아들 골수 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고 다행히 다움이의 마지막 수술은 성공하여 엄마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자신의 살점까지 떼내어 주었던 아빠는 마지막까지 아이를 생각하며 죽어간다.

  책 도중 다움이가 쓰러진 장면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아이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육개장을 삼켰고, 그 사실이 놀랍고 끔찍하고 참담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쓰러지고 자기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무능력한 상태에서 그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아 소름 돋고 더욱 안타까웠다.

  이 책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 다움이와 그의 아버지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문체와 아버지의 착잡하고 현실적인 문체가 상반되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짠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가슴아픈 이별을 담은 이야기에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장까지 서로 끔찍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아이는 아빠를, 아빠는 아이를 생각하는 모습에 부모와 자식 간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정말 그 자체로 너무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랑이 수치화될 수 있다면, 그 수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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