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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20년 11월 30일
독서종료일
2020년 11월 30일
서평작성자
정*진

Contents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삶의 가치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가치들을 예술과 철학 속에서, 책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또는 고통과 불안 속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글이 좋았지만 유독 내 마음을 무너뜨렸던 구절이 있다. 바로 p.45에 나온 말이다. ” 어떤 이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푼크툼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오로지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지는 무언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의 토로이자 상실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저자가 설명하는 푼크툼은 내게 그런 것들로 다가왔다. 저자는 영화 맘마미아를 예로 들어 자신만의 푼크툼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푼크툼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문득 한 노래가 생각났다.

내가 중학교 때 자주 듣던 밴드의 노래였는데 그때는 어딘가 반항적인 가사와 사운드에 빠져서 마냥 신나게 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한동안 잊고 있다가 고3 입시 시절에 다시 이 노래를 학원에서 집에 가는 버스에서 자주 들었는데 그때는 무의미해 보이던 가사에 담긴 청춘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읽고 많이 위로받았던 기억이 난다. 글을 쓰면서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는데 그때의 느낌은 안나더라. 그래서 푼크툼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뿐만 아니라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을 포함하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지금 듣고 있던 장면도 어렴풋이 이 노래의 추억에 각인될 것이다. 열다섯의 나. 열아홉의 나. 스무 살의 나. 이러한 기억들은 지나고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뭔가 모르게 뭉클하기도 하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가 이미 보내버린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이자, 회상이자,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들에 대한 소망들이 내 마음을 욱신거리게 만든다. 슬프고 아쉽지만 뭉클한 기분. 당장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수없이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푼크툼은 우리가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그 기억들을 문득 생각나게 해주는 향수 같다. 저자의 푼크툼에 대한 글을 통해 앞으로 나는 스쳐 보내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 추억들을 다시 꺼내보게 될 것 같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닌데,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은데 정작 그에 따른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 때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변하는 건 없을 때.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을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앞만 보고 급하게 달리던 나에겐 이 책에서 말하는 삶의 가치는 너무 빠르게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충분히 너가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들을 누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나처럼 인생을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게 불분명해지고 힘든 이 시기에,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다시 한번 인생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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